이끼 낀 바위에 새가 서 있다 가지런히 발 모으고 중심 잡아야 한다며 한 곳을 보는 갈매기들 파도가 밀어 올린 호미곶 광장에서 바다를 등진 방파제 보며 끼룩끼룩 갈매기가 귀를 연다 하늘엔 휴지처럼 날리는 공약들 바람이 부는 반대방향으로 검은 봉지가 날리고 발목은 중심을 잡는다 파도는 촤르르 고래 소리를 내고 모이가 시선을 모을 때 바람이 지나간다 부리에선 공약들이 쏟아진다 붉은 눈알을 궁글리며 거품을 물고 부리가 부리에게 썩은 새우깡은 절대로 주지 않겠다고 공약이 봉지처럼 날자, 우우 그들의 함성이 밀려온다 모여든 카메라들 날아오른 공약을 들으며 허공으로 셔터를 쿡쿡 누른다. 주둥이만 찍는 굼벵이들의 손끝 바람이 부는 곳, 끼룩끼룩 유세 현장을 지키고 있다
2018년 유월 지방 선거 유세가 한창이다. 길거리마다 고함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목청껏 외치는 선거공약이 골목으로 뿌려지고 있다. 국민 누구나 깨끗하고 정직한 공정한 사회를 바라지만 그들의 세계는 딴 세상 같다. 너를 더 밟아야 내가 오를 수 있다. 패권정치에 물든 사람들은 지키지 못할 선거공약을 고래고래 허공에 뿌리고 다닌다. 검은 비닐봉지 같이 날아오른 공약은 허공에서 폭파되기도 한다. 지나가던 새들도 웃는다. 째짹 짹짹, 좀 잘 해보자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