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안이 잠정 중단된 가운데 `현대모비스 선(先) 분할ㆍ상장`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와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재추진되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안 역시 현대모비스-글로비스를 중심으로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현대캐피탈ㆍ현대카드ㆍHMC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그룹에서 분리해야 해 `할부 금융` 경쟁력을 잃게 되고, 미래모빌리티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형 인수ㆍ합병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1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간의 분할합병 계약 해제 사실을 알리며 "이사회를 열어 현재 체결돼 있는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후 분할합병 안을 보완ㆍ개선해 다시 추진키로 결정했다"고 밝힌 것 역시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날 모비스가 인적분할을 통해 지배회사(존속법인)와 모듈 및 AS부품회사(신설법인)으로 쪼개진 후 변경 재상장을 할 것으로 관측했다.
모비스 신설법인이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기존안 실패의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설법인을 일단 상장, 시장으로부터 가치평가를 받은 후 합병비율의 공정성을 확보할 것이라는 게 미래에셋대우의 관측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모비스 신설법인 상장 후 대주주가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 30%와 모비스 분할신설법인 지분 7%를 기아차가 보유한 존속 모비스 지분(16.9%)과 지분거래를 통해 교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에셋대우 정대로 연구원은 "이미 제시된 분할합병 계획안에 입각해 회사별 중장기 경영목표와 비전, 주주환원 정책을 시장과 상당부분 공유했기 때문에 큰 틀에서 기존 계획을 대부분 유지하는 가운데 재추진을 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IBK투자증권 이상현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처한 여러 제약요건들을 고려해 볼 때 분할합병 비율 조정 후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조속히 지배구조를 개선하기를 희망해 왔기 때문에 새로운 지배구조개편안을 짜는데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많지 않고 주주친서에도 분할합병 방안을 보완 개선하기 위해 합병계약안을 해제하고 재추진한다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과거 2008~2009년 현대모비스의 현대오토넷 흡수합병 경우에서도 공개매수가 금액 범위 초과로 무산된 후 수개월 뒤 공개매수 금액과 합병비율 조정을 통해 재추진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 등 반대세력이 지배구조 전환 등 노골적 요구를 하고 있는데, 이 요구를 다 들어주기는 쉽지 않다"며 "48%에 이르는 외국인 주주들을 충분히 설득하고,국민연금 등 2대 주주의 입장을 파악한 후 결정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김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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