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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푸어 (culture poor)
 
김재범 도예가 자운도예연구소 대표   기사입력  2018/05/27 [18:42]
▲ 김재범 도예가 자운도예연구소 대표  

이래저래 숨 가쁜 무술년 오월이 저물고 있다. 오월은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석가탄신일 등 연중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다. 당연히 호주머니가 가벼워져서 빨리 오월이 지나가길 바라는 맘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사회는 요즈음 `푸어(poor) 풍년`이다. 예컨대 "타임, 워킹, 케어, 베이비, 웨딩, 하우스, 렌트, 생활비, 에듀, 컬쳐" 등의 명사 뒤에 `푸어`만 붙이면 푸어 신조어가 된다.  서글픈 현실을 꼬집는 말이다. 우리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질 못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게 취업률이 바닥을 찍고 있다. 청년들의 고민이 깊어지며 한 치의 여유가 없다. 일부에서는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으로 기업이 고용을 회피하게 되면서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주장을 한다. 따라서 정치권은 물론 보수 언론은 가파른 최저임금인상을 두고 책임공방이 한창이다. 보통사람으로선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다만 그것을 사실로 치더라도 언론매체에 드러나 있는 자료를 근거로 보자면 평범한 도시청년을 기준으로 한 달 먹고 자는데 드는 최저비용만 100여만 원에 육박하고, 2016년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주거비를 뺀 미취업 청년들의 월평균 생활비는 약 58만 원정도이다.

 

명세를 보면 식비 16만원, 교통ㆍ통신비 12만원, 여가문화비 10만원, 기타 20만원으로 문화생활은 엄두도 내지 못 할 수준으로 삶이 팍팍하다 못해 빈곤을 염려할 수준이다. 공연작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공연티켓 한 장에 10만원을 웃도는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학생할인을 받는다 해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고가이다. 여기에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나 미취업 청년들은 작품을 접할 엄두 자체가 사라졌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당연한 문화생활이 사치로 여겨질 만큼 열악한 수준이 되고 있다. 최근 영화관의 관람료도 일제히 인상되었다. 멀티플렉스 관람료는 1만 원 이상이며 3차원(3D) 화면을 보려면 2만2천 원 정도가 든다. 그동안 만만하게 문화생활을 해온 영화마저 10%이상 관람료가 오르며 정서를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모든 물가가 오르는 판국에 가격인상을 탓하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문제를 하나같이 최저임금 인상에서 찾고 있는 분위는 안타깝다. 치솟는 부동산, 원자재 가격 인상 모든 것이 최저임금 인상에 책임을 돌린다면 말이 되겠는가? 물론 직접 노무비가 원가 구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지금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제기는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인지 최저임금 생활을 체험케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정부의 청년 정책은 일자리와 빈곤층 자립 등 기초생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회 분위기가 어려울수록 삶의 질을 유지하는 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지난 1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개인의 문화권리 확대와 문화예술인 지위와 권리보장, 공정하고 다양한 문화생태계 조성 등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율과 분권의 예술행정, 예술 가치 존중의 창작환경 조성, 함께 누리는 예술참여 확대, 예술의 지속 가능성 확대 등을 4대 추진전략으로 제시하였다. 일자리와 임금 문제는 당장의 끼니를 해결하는 빵이지만, 문화예술 갈증을 해소하는 일은 개인의 품격을 넘어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는 미래의 빵이다. 따라서 `컬쳐 푸어`와 같은 소외계층의 문화향유를 지원하는 것은 아름다운 사회발전의 중요한 요소임을 놓쳐서는 아니 될 일이다.

 

세계적인 인문학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얼 쇼리스`는 빈곤의 문제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한 학자이다. 그리고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빈곤의 대상자인 사회적 약자들이 힘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정치적인 힘을 갖기 바라는 마음으로 `클레멘트 코스`를 만들어 진행하였다.

 

밥이 아닌 인문학을 통해 빈곤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한 성과는 우리에게 너무도 유명하다. 가난한 사람들을 계속 가난에 빠뜨리는 것들로 단순노동, 낮은 급여, 늘 똑 같은 방식의 직업훈련, 복지정책, 무기력을 꼽았다. 그는 이들에게 정신적 삶을 가르쳐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실천하였다. 무엇보다 인문학을 왜 공부해야하느냐는 질문에 `인문학이 생계수단이나 직업의 수단이 될 순 없으나 가난한 이들이 사회의 불합리한 것에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대항 할 힘을 갖는데 안내자 역할을 한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을 통과한 어느 학생은 "인문학을 배우기전에는 욕이나 주먹이 먼저 나갔어요. 그런데 이젠 그렇지 않아요. 나를 설명할 수 있게 됐거든요." 그렇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힘, 빈곤의 대물림에서 벗어나게 할 희망, 사회적 약자로 만들었던 조건들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힘, 그것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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