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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유감(有感)
 
오나경 서양화가ㆍ약사고 교사   기사입력  2018/06/13 [20:35]
▲ 오나경 서양화가ㆍ약사고 교사   

사람의 품격이나 됨됨이를 인품(人品)이라고 한다.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은 그 구조가 입 구(口) 자 세 개로 엮여 있다. 말이 쌓여 한사람의 품성을 형성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한 인간의 격을 총체적으로 논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말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목소리가 곱다거나 유려한 말솜씨가 요구된다는 뜻이 아니다. 투박한 음색과 어조라도 신중한 말, 정직한 말, 신뢰가 담긴 말, 진심을 담은 말, 무엇보다 상대방을 비방하지 않는 관대함이 담긴 말이면 품격을 지니고 향기를 뿜는다. 말에도 언품(言品)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이 향기를 지닌다면 당연히 그 사람이 구사하는 말에도 신뢰의 내음이 향기롭게 배어있을 것이다. 격전을 더하고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가 판을 치며 경쟁 상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후보자가 폭주하던 6.13 지방 선거가 끝난 차제에, 필자는 선거운동 기간에 접했던 여러 후보자들의 유세 모습과 현란하게 난무하던 말, 말, 말, 여러 공약들을 다시 떠올려본다. 온당하고 적절한 말 한마디로 개인은 천 냥의 빚을 갚는다고 하지만 정치인이나 행정가의 책임 있는 한마디는 지역민 전체의 복지, 후생은 물론이고 조직과 공동체의 명운을 바꿔놓기도 하므로,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실행 가능성이 높으며 사실에 근거한 합당한 발언들이었는지가 후보자의 말에는 더 없이 중요했다.


그러나 필자의 뇌리에는 후보자들 중 인신공격성 발언을 날카로운 칼처럼 휘둘러 상대를 마구 찌르며 최소한의 품위도 지키지 않고 자행하던 이른 바 네거티브 정치 전략을 행하던 사람의 모습이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아직도 자기 소신과 현명한 정책을 피력하기보다 남을 헐뜯는데 집중하는 말의 문화가 있다는데 대해 부끄럽고 화가 났다. 언품(言品)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데 지역민을 리드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가슴에 남아있다. 선거 때마다 부끄러운 장면 또 하나는 민생과 지역역사(役事)에 평소 관심도, 행보도 뜸하다가, 오로지 권력욕이 발동하여 때 맞춰 정치판에 등장하는 이들의 모습이다. 물론 진정한 의지로 지역의 일꾼이 되기를 청하며 정책 수행에 새로이 뜻을 세워 출사표를 던진 경우는 예외지만 그들 가운데 네거티브를 전략으로 삼은 것 외에 차별화되고 뚜렷한 정책은 없는 상태에서 상대 후보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는 주인공이 많다. 언품은 고사하고 허언 일색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지금은 말이 힘을 갖는 시대이다. 위정자의 한마디 약속은 서민에게는 복음에 진배없다. 그래서 지역민을 이끌고 민생을 돌봐야 하는 정치인에게는 지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그들의 언어가 있어야 하고 언품(言品)이 있어야 한다. 사욕으로 소속과 신분을 수시로 적절히 변화시키며 정치판 언저리에서 얼쩡거리는 몇몇은 이번 선거에도 으레 출현했으며, 정당과 관계없이 정정당당한 정책 대결을 바라며 성숙한 선거 문화를 기대하고 있던 유권자의 심정은 그들 때문에 여전히 착잡했을 것이다.

 

마치 선거의 궁극적인 목표가 당선뿐이라는 듯 향후 행보는 안중에 없고 자신의 인격 수준을 바닥까지 드러내며 험한 말로 내거티브를 결행하는 그런 후보의 모습에 혹자는 염증을 느끼며 냉소와 무관심으로 외면도 했을 것이다. 유권자에게는 후보의 공약과 정책이 중요한데, 상대편에 대한 자신의 평소 부정적인 느낌이나 사적인 감정까지 분출해내는 모습을 보는 유권자는 불쾌함을 넘어서서 정치인로서의 자질을 근본적으로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선거 전에는 정쟁을 지양하고 정책대결을 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여야 힘겨루기 할 때의 그들은 민생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당략과 정권만을 등에 업은 어떤 후보는 정책이나 공약 사항은 무조건 힘 있는 자신의 정당에 미루며 그런 사람일수록 네거티브에는 더욱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모르긴 해도 네거티브 전략을 가진 정치인은 허언도 동반할 수밖에 없고 그런 경우에는 반드시 식언(食言)이 따른다. `식언`은 자신이 입 밖에 꺼냈던 말을 다시 입속에 넣어 먹어버린다는 의미로. 앞서 한 말을 번복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정치권의 식언은 다반사라는 일반의 인식부터 사라져야 한다. 말은 한사람의 입에서 나와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끝내는 만 사람의 입으로 옮겨진다고 한다. 이제 유권자의 눈과 귀도 허술하지 않은 시대이니 네거티브를 지향하고 언품(言品)을 바탕으로 하는 위정자들의 품격 있는 정치를 당당히 요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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