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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방랑을 꿈꾸며
 
진민 수필가   기사입력  2018/06/18 [19:37]
▲ 진민수필가    

여행을 굳이 구분 짓는다면  혼자 하는 여행, 둘이 하는 여행, 가족과 더불어 하는 여행…… 다양하다. 그중에는 무엇보다`따로 또 같이`하는 여행이 있다. 삼삼오오 짝지어 다니는 여행도 물론 재미있지만 가끔은 어디론가 하루 이틀쯤 혼자 길을 나서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을 때 두리번거리다 만난`따로 또 같이` 여행은 뜻밖에 많은 호사를 누리게 한다. 주위에 정보만 잘 찾아봐도 요즘은 인문학적인 여행이나 지자체가(지방자치단체) 저마다의 관광지를 상품화해서 그 고장의 홍보를 위해 양질의 투어를 준비해놓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답사도 제법 많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인의 발자취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굳건하게 견디며 우뚝 서있는 고찰이나 고택들의 위엄을 바라보노라면 친구들 혹은 가족들과 재잘재잘 수다 삼는 일상의 연장이 아닌 나 혼자만의 느긋한 참여가 필요해지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작가와의 만남과 인문학을 중심으로 하는 여행이나 주제가 있는 답사 위주의 여행을 내 나름대로`따로 또 같이`하는 여행이라고 이름 지어본 것이다. 언젠가 모 일간지와 기업에서 공동 주관한 여행을 나섰을 때 일이다. 제법 긴 시간 달리는 기차 안에서 세 마디만 건네면 대화가 마무리 되는 그녀, 그럼에도 이상하게 편했다. 내 여행의 콘셉트가`따로 또 같이`여서일까?! 생면부지인 일박이일 여행의 파트너이자 룸메이트였던 그녀의 유난한 말없음에 묘한 위안이 되었다. 어쩌면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호기심도 많고 천성이 장난기 많은 나로서는 왁자한 소통이 편하지만 가끔은 진심으로 고립된 것처럼 군중 속의 혼자인 듯싶을 때도 있다. 험하고 날선 세상에 용기내서 혼자 떠난 여행이지만 수십 명이 뜻을 함께 하고 단체로 이동하는 길 위의 인문학적인 여정은 그래서 내게 더 특별하고 멋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나보다.


그뿐이랴 애주가들은 흔히 안주가 무엇인가보다는 누구랑 마시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하듯이 패키지여행도 어느 곳으로 가는 것 못지않게 어떤 이들과 한 팀이 돼서 가는가도 중요한 것 같다.
 자유여행이 피곤함을 줄 때는 가볍게 무리 져서 다니는 패키지여행의 진미를 잠시 맛보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 한 팀이 돼 같은 곳을 다니고, 같은 것을 맛보면서 잠시 나누는 대화 속에 어떤 특정한 곳을 똑같이 보더라도 서로 다른 관점을 가졌다는 것에서 또 다른 말과 느낌이이어지는 이국에서의 친밀감은 그래서 더 많은 위안과 깊이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때때로 다녀온 여행의 기억들이 조금씩 멀어지기도 한다. 애써 떠올리느니 몸으로 체득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아 현장에서 메모는 가급적 보고서 형식이 아닌 보다 더 정서적으로 쓰고자 노력하고 사진 찍는 일보다는 마음에 담아두는 일을 연습중이다. 먼 훗날 변하지 않는 사진 속의 확실성 너머 추억 속의 나와 네가, 우리가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줄지도 모르니까. 다른 나라에서의 낯선 체험도 필요하겠지만 하늘색이 유난히 짙은 이 번 겨울은 내나라, 내 조국의 살가운 등줄기를 어루만지듯 7번 국도를 따라서 찬찬히 둘러보려한다. 혼자, 혹은 친구들과 가족과 더불어, 때로는 따로 또 같이……. 그렇게 또 여행가방을 싸는 내내 가슴 속으로 익숙한 멜로디가 밀려온다. 음치인 내가 크게 소리 내어 부르지 않더라도 가사를 읊조려보는 노래다.


`그림자 벗을 삼아 걷는 길은 서산에 해가 지면 멈추지만 마음의 님을 따라 가고 있는 나의 길은 꿈으로 이어진 영원한 길` 여행 중에 곧잘 따라 부르던 박인희의`방랑자`는 이제 더 이상 라디오에서 자주 들을 수 없는 곡이다. 이 노래의 원곡은 70년도에 니콜라 디 바리의 노래로 발표된 `방랑자`이다. 오리지널의 원곡 또한 자주 듣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지만 미남가수 기아니 모란디가 다시 부른 버전을 선곡해서 주로 듣는다. 취향의 차이겠지만 오리지널의 텁텁함보다는 상대적으로 달콤한 모란디의 목소리가 귀에 더 착착 감기기 때문이다. 멜로디는 담담하게 반복되는 중독성이 있는가 하면 번안 된 노랫말처럼 방랑자는 이미 정처 없이 떠다니는 나그네를 말하듯 진정한 여행이란 때때로 그렇게 정해지지 않은 스스로의 발걸음을 내딛는 일인가 보다. 길을 떠나 서산에 해가 지면 멈추듯, 되돌아 올 수 있는 안식처가 있을 때 비로소 여행은 완성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여행의 품격은 결국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으며 나는 오늘도 유쾌한 방랑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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