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민 정책을 놓고 그와 의견을 같이 하는 유럽 우파 세력의 힘을 키워 궁극적으로 유럽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독일 사람들은 이미 약해 빠진 연정이 이민 문제로 흔들리자 그들의 리더십에 등을 돌리고 있다"며 "독일 내 범죄가 폭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전역에서 심각한 실수가 저질러 졌다. 강력하고 폭력적으로 그들의 문화를 변하게 만들려 하는 사람 수백 만 명을 들어오게 허용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무관용 이민 정책을 밀어붙여 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주장을 편 까닭은 유럽 동맹들과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내 그와 한뜻을 공유하는 정치세력을 규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의 자유 질서가 분열되고 있는데 트럼프가 도끼를 휘두르고 나섰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유럽이 이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민 문제는 유럽에서 정치적 파급력이 상당한 이슈다. 2015년 이후 유럽에 중동아프리카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독일, 프랑스, 헝가리,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곳곳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치 세력이 힘을 키우고 있다. NYT는 이민 문제로 유럽의 중도파들이 권력을 유지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유럽 내 미국의 오랜 파트너들에게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뉴욕대 프라하 캠퍼스의 지리 페헤 총장은 "트럼프는 분명 유럽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해외 문제를 거론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일 리더십 문제` 주장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 정책으로 난관에 처한 시점에 나와 절묘하다.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민주당(CDU)ㆍ기독사회당(CSU) 연합은 난민 정책을 둘러싼 이견으로 70년 간 이어진 동맹이 깨질 위험에 놓였다. CSU는 독일 국경 통제를 촉구하지만 메르켈은 유럽연합(EU) 차원의 해법 마련을 고수하고 있다.

NYT는 메르켈이 2차 대전 이후 유럽을 지배해 온 자유주의의 수호자 역할을 해 왔다며 트럼프의 18일 트윗은 이 같은 노력을 방해하고 유럽 내 자신과 협력이 용이한 이념적 동맹을 찾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그레넬 독일 주재 미국 대사는 이달 초 미국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전역의 보수 세력의 힘을 키워주는 게 자신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레넬 대사는 당시 극우 성향의 세바스찬 쿠르츠 오스트리아 신임 총리를 높게 평가했다. 쿠르츠 총리는 메르켈 총리의 난민 수용 정책을 앞장서서 비판해 온 인물이다. 제프리 라트케 전략국제문제센터(CSIS) 유럽 담당 부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확고한 전략을 세운 것인지 말하기는 이르지만 그와 그의 대표자들이 유럽 내 우파 세력의 힘을 키울 방법을 찾고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