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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회>너는 힘들 텐데, 나는 부럽다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8/06/19 [20:06]
▲ 하송 시인     

가족 행사가 있어서 형제자매들이 부모님 댁에 모였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피곤하신 엄마는 잠시 안방에 누워계시고 우리는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큰 남동생이 거실 탁자에 놓인 탁상 달력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말했습니다.

 

"2016년 달력이네."


벽에 올해 달력이 크게 걸려 있어서  티브이 옆에 조용히 앉아 있는 작은 탁상용 달력에는 관심을 안 가졌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을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동안 몰랐다가, 재작년 달력인 걸 확인하고 우린 의아했습니다. 깜빡하고 미처 안 버리셨나 보다는 내 말에 동생이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꽃을 보려고 놔두셨나?`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더니 어머니께 여쭤보았습니다.  그러자 꽃 사진이 예뻐서 한 번씩 보느라 놓아뒀다고 하셨습니다.

 

순간 가슴이 찡했습니다. 동생들도 같은 생각이 들었던지, 어머니께서 안 들으실 때 마음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부모님 댁을 나서면서, 내일 토요일에 학생들 데리고 경기도 놀이공원으로 현장학습 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인솔하고 가느라 집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힘들 텐데, 나는 부럽다."


고생한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리광 부리느라 말씀 드렸다가 엄마로부터 뜻밖의 대답을 들은 것입니다.

 

학생들을 인솔해서 놀이공원에 도착하니 한창 화려한 꽃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아이들은 놀이기구를 한 개라도 더 타려고 신나게 뛰어다녔습니다. 그런데 내 눈에는 오직 꽃만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놀이공원인 이곳을 학생들 인솔 하느라 매해 방문하고 어느 해에는 1년에 두 번을 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엄마는 아마 한 번도 오시지 못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꽃을 보기가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릎 관절 때문에 거동이 불편하시지만 더 늦기 전에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늦은 시간 집에 와서 씻고 저녁 먹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엄마한테서 문자가 와있었습니다. `집에 잘 왔냐? 사랑해~♥♥♥` 문자 끝에 빨간 하트 세 개가 매달려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엄마한테 잘 다녀왔다는 연락도 안 드리고 잠이 든 것입니다.


그동안 가끔씩 부모님을 모시고 전국 축제와 꽃구경을 다녔습니다. 그러다 아들이 시험공부에 돌입하자 공부하는 아들만 팽개쳐놓고 놀러 다니기 미안해서 장거리 외출이 줄어들었습니다.

 

따라서 부모님께도 가까운 곳에 모시고 가서 간단하게 바람 쐬며 외식을 시켜드리곤 했습니다. 또 한 가지 마음이 아픈 깨달음을 얻습니다. `엄마도 꽃을 좋아하시는구나.`
문득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시가 떠오릅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중략>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부터인지 교장실을 들어서면 유난히 기분 좋은 향기가 가득했습니다. 정체를 알고 보니 카네이션 꽃향기였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작년에 겨울이 다가오자 야외에 심어놓은 꽃을 화분에 옮겨 놓은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줄기를 나눠서 카네이션 꽃 화분을 만들어 여러 교실로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물을 자주 주라고 당부 하셨습니다.

 

햇살 좋은 남쪽 창가에 화분을 놓고 수시로 물을 주며 돌보자 사계절 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미꽃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한 자태와 향기로 항상 그 자리에서 주위를 따뜻하고 기분 좋게 해주는 카네이션 꽃을 보며 엄마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주말을 앞두고 꽃이 예쁜 수목원을 검색하며 엄마의 미소 띤 얼굴을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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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19 [20:06]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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