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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벚꽃
 
이성웅 시인   기사입력  2018/06/19 [20:24]

있는 듯 없는 듯 백발이신 어머니,
합병으로 걸음을 잃으셨다 
쇠약한 어느 날 요양병원에 누워
자꾸만 허둥대시며 신발을 찾으셨다
저 쪽 동네 경로당 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기다린다는 것이다
얼마나 적적했을까
얼마나 만나고 싶었을까

 

이른 봄 컹컹 수꿩 나는 소리에
산 중턱 하얀 산 벚꽃,
있는 듯 없는 듯 제 홀로
백발인 채 자꾸만 날 부른다
무슨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한 때 요양병원 누워계신 
어머니 뒷모습 같다
적적한 요양병원의 어머니,
해마다 이맘때면 다시 만난다

 


 

 

▲ 이성웅시인    

도심 공원의 벚꽃이 떨어지던 어느 날, 산길을
걷다 뻐꾹새 소리와 함께 하얗게 피어있는 산 벚꽃
한 거루를 보았다. 한 때 요양병원 창밖의 하얀 벚꽃을 보며
동네 경로당에 불이 켜져서 빨리 가야한다며 무작정
병상에서 신발을 달라고 졸라대셨다. 치매를 앓으신 지 오래,
친구들이 얼마나 보고팟을까. 얼마나 대화가 궁했을까. 
올 봄, 적적한 이 산속에서 백발의 어머니 모습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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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19 [20:2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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