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신화부락 건너편 만수밭에서 여천초등학교를 다녔고, 형을 따라 부두나 장생포에 낚시를 자주 다니곤 했다. 그 당시 집에서 기르던 토끼의 풀을 뜯어와 먹이를 공급하는 것도 형과 나의 몫이었다. 부두로 출근하던 아버지의 3000리 짐자전거도 재산목록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할 만큼 가난했지만 한창 경제개발의 열풍이 불던 울산은 말 그대로 움직이는 만큼 돈이 벌렸던 산업현장이었다. 착해빠졌던 아버지가 술고래라는 소리를 듣지 않고, 주렁주렁 달린 자녀들 교육에 신경 쓰며 알뜰살뜰한 아내에게 정성을 다했다면 우리 집안의 가정사는 다른 획을 그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필자도 `로맨스 그레이`라 불리는 중년의 문턱에 들어서고 보니 당시 부친의 심정이 이해되고 남는다. 자식들을 건사하자니 자신의 일생을 불태워야 하겠는데 대단한 지식도, 대단한 권력도 없던 부친은 술잔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대단한 주량으로 자신을 위로받고 싶었는지 모를 일이다. 용연공단에 있는 처용암 넘어가는 부곡에 있던 대현중학교를 다녔던 필자는 그곳까지 걸어서 등하교를 하며 영어단어를 외우기도 했다.
그때 장생포초등학교에서 대거 대현중학교로 입학한 동급생들이나 선배들은 스쿨버스를 타고 등하교했다. 한때 장생포 초등학교 학생수가 2천명이라고 할 때가 그 무렵이었다. 1970년대 포경업 전성기의 장생포는 20여척의 포경선과 1만 여명의 인구가 상주하는 큰 마을이었다. 그러나 1980년 지나친 남획으로 인하여 고래의 개체수가 감소하자 포획량이 줄어들었고, 일부 종은 멸종에 이르렀다. 그래서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는 상업적 포경을 금지했고, 이로 인해 장생포의 포경산업은 중단되었다. 이후 인근에 울산공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주하였고 마을은 쇠퇴하였다. 울산시는 논의를 거듭한 끝에 장생포의 고래잡이가 울산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이라고 판단하여 고래도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고래문화특구의 조성은 화룡정점이었고, 마침내 고래도시하면 울산을 떠올릴 만큼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추며 국내외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울산시는 해마다 고래축제를 이어와 올해로 24번째 축제를 기다리고 있다. 필자는 7월 5일~8일 열리는 울산 고래축제를 앞두고 울산광역시 6기 블로그기자단들과 장생포를 탐방했다.
기자단 일행은 1년 넘는 공사기간을 마치고 새로 출발하는 모노레일을 타며 장생포 바닷가 특유의 내음을 맡았다. 지상 5미터 높이의 모노레일 위에서 고래박물관과 고래문화마을을 탐방하며 울산대교를 휘둘러보았다. 또 해군에서 현대중공업에 의뢰해 건조된 울산함을 탐방하며 `적보다 우수한 무기와 강인한 정신이 나라를 지킨다`는 것을 눈으로 다시 확인했다. 옛 해군기지를 새로 꾸며 개장한 웰리 키즈랜드의 VR체험은 멋진 경험이었다. 기자단들은 가상현실임에도 무서워하고, 신나고, 재미나게 느낀 것은 그 만큼 진짜처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고래생태체험관도 여전히 고래와 만나는 즐거운 체험거리를 전하고 있으며, 작년에 태어난 돌고래 `고장수`는 지난 선거일에 돌을 맞았고, `장꽃분` 엄마의 젖과 함께 매일 3㎏의 열빙어와 고등어를 먹고 있다고 한다.
돌고래 고장수는 일정 기간의 적응기를 거쳐 사람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고래박물관, 고래바다여행선, 고래문화마을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장생포는 조만간 고래축제의 축포를 또 한 번 쏘아 올리며 고래도시울산의 깃발을 휘날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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