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진동물의료센터 원장ㆍ울산동물보호연합 대표

현재 국내 반려동물인구는 전국민의 25%인 1천 만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반려동물 분야는 20여년이라는 단 기간에 가장 빨리 성장한 문화산업의 한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선 반려동물이란 호칭 자체에서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려`란 `삶의 동반`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동물이 반려라는 개념으로 해석된다면 당연히 인간에 준하는 문화와 산업이 그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반려동물도 처음에는 `사람이 단순히 좋아서 키우는 애완동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동물이 사람과 함께 살면서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하여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하는 국제 심포지움에서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 즉 반려동물(compaion animal)로 개칭 됐습니다.

우리 국내 사정도 이와 비슷합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주로 애완동물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정도로 국민정서에 스며들어 국내 문화의 한 줄기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또 앞으로 더 많이 성장하고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주류 문화가 될 것이란 사실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다른 말로 반려동물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의미가 사람에게 어떻게 와 닿고 있기에 이렇게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을 것일까요 그동안 관련분야에 있으면서 반려동물 문화의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저나름대로 확립된 반려동물의 가치를 논하고자 합니다.

먼저 반려동물은 가족을 묶어주며 시민을 화합시키는 문화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거주지 가까운 산책로에서 건강을 위해 산책을 하지만 서로 인사를 건네기보다는 애써 외면하면서 운동만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은 서로 체취를 맡으면서 교감을 나누려고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호자들끼리도 인사를 하고, 키우는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가장 기초적인 지역사회 내에서 시민들을 어울리게 하는 매개체가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보호자가 내원하셔서 유학간 자식이 자기 안부는 묻지 않고 강아지가 잘 있는 지부터 묻는다고 푸념을 합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하는 일들이 다양해지고 따라서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공통적인 대화의 주제를 만드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 가족이 공감하는 가장 관심이 있는 주제는 반려동물이며 또 편안하게 오랫동안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가 됩니다. 부모 자식 간이라고 하더라도 떨어져 있는 시간이 오래되면 교감하는 대화의 주제가 축소가 되는 반면 반려동물에 관한 주제는 오랫동안 대화꺼리로 남아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은 시민을 건강하게 만드는 문화입니다. 수년전 은퇴 후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친척 분에게 반려견을 분양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셨지만 수개월이 지난 후에는 반려견과 함께 즐겁게 편안히 산책하고 많은 주민들과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요.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시는 분들에게 다가가고 그분들이 반려견에 대해 묻고 그것을 토대로 인사를 하면서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