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및 유럽 내부에서 이번 협상에서 제호퍼 장관의 사퇴 카드 및 연합당 붕괴 압박에 너무 쉽게 타협하면서 메르켈 총리의 권위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은 약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고, 메르켈 총리는 남은 4년의 임기를 순탄하게 이어가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헤르티 거버넌스 스쿨의 안드레아 룀멜 정치학 교수는 "메르켈이 몇 년 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던 방법으로 제호퍼가 그녀를 경기장으로 끌고 가는 것을 허락했다"고 분석했다. 홈볼트대학교의 콘스탄틴 보싱 교수는 "메르켈이 정치적 한계를 드러냈다"며 "메르켈은 냉정하고 온건한 태도로 갈등을 조용히 해결하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가 합리적으로 행동할 때만 효과가 있다. 제호퍼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는 전날 제호퍼 장관과의 장시간 회의 끝에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을 돌려 보내야 한다는 제호퍼 장관의 주장에 합의했다.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과 70년 전통의 연합당을 꾸리고 있는 기독사회당(CSU)을 이끄는 제호퍼 장관이 사퇴 카드까지 내놓으며 메르켈 총리를 압박한 결과다.
메르켈 총리와 제호퍼 장관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국경에 통과 센터를 세워 처음 망명을 신청한 국가로 난민을 돌려 보내기로 했다. 다만 해당 국가가 이에 동의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오스트리아로 보내기로 했다.
이에 오스트리아 정부는 "유럽 전역에 유사한 대책이 도미노처럼 퍼질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오스트리아에 유입되는 난민을 막기 위해 독일 정부와 유사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응수했다.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등과 맞닿아 있는 남부 국경을 강화, 지중해를 통해 들어오는 난민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2015년 독일에 100만명의 난민을 포용하며 `난민의 엄마`로 불렸던 메르켈 총리의 입장에 완전히 역행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는 정책이다. FT는 "이번 타협으로 메르켈 총리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약자를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