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3일간 쏟아진 폭우로 西일본지방이 쑥대밭이 됐다. 1천㎜ 이상의 비가 내려 지금까지 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80여명이 실종됐다, 2004년 태풍 24호로 당시 98명이 사망ㆍ실종된 이후 최대 피해라고 한다. 일본 기상청은 시코쿠 고치현에서만 3시간 누적 강수량이 26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폭우가 정상적인 태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형 태풍이 일본 서부지방에 걸려있던 저기압과 부딪쳐 대형 빗줄기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재해 안전대국`이라고 자부하던 일본도 꼼짝없이 당했다. 이 또한 지구 기후변화로 인한 대재앙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지난 2008년 8월 울산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하계 휴가철이 끝날 무렵 방심하고 있던 울산지역에 시간당 70㎜의 폭우가 쏟아져 도시가 물에 잠겼다. 울산지역도 장마전선에 이상이 생긴 지 오래다. 우선 규모, 시기가 달라졌다. 통상 7월 중순에서 8월 초에 걸쳐 남부지방에 형성되던 장마전선이 열대성 `스콜`형태로 변했다. 이제 장마라기보다 `이상 폭우`라고 해야 할 정도다. 한 시간 동안 60~70㎜가 쏟아지다 다시 4㎜가 내리는 등 형태를 종잡을 수 없다. 그러다가 정작 8~9월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주로 8월 말에서 9월초에 걸쳐 발생하던 태풍이 10월에 불어 닥치기도 한다.
기존의 장마대책으론 손 쓸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전에는 도로 유실, 제방붕괴, 가옥 침수가 주요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싱크 홀`, 사업시설 침수 같은 문제가 새로 대두됐다. 때문에 기존대비책 외에 좀 더 폭 넓고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이전 대응 방식으론 하늘에서 구멍이라도 뚫린 듯 짧은 시간 동안 특정지역에 내리 붓는 빗물을 감당할 수 없다.
각 기초 지자체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광역 지자체가 대책본부를 운영하면서 기초 지자체에 지침을 내리는 것보다 울산 5개 구군이 독자적으로 대처하도록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지역 주민들의 대비태세다. 자신들은 무방비 상태로 있다 피해를 입고 난 뒤 기상당국이나 행정기관을 탓해서야 되겠는가. 근본적인 대비책은 행정기관들이 앞장 서 가동해야겠지만 피해 대상자들이 스스로 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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