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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룰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일
 
안중욱 삼남교회 목사   기사입력  2018/07/09 [19:59]
▲ 안중욱삼남교회 목사    

육체와 정신 연령에 따라 행복과 만족에 대한 느낌이 다른 것 같습니다. 유년시절 감나무 아래에서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늦봄부터 피어나는 감꽃은 당시 제법 먹음직한 간식이었습니다. 감꽃이 지고 나면 포도 알 같은 감이 옹기종기 매 달리고 그 중엔 떨어지는 것도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감나무 밑으로 달려가 감꽃이나 감을 줍다가 등교시간 늦었다고 어머니께 혼이 난 기억도 납니다. 그 때 형제자매가 많은 아이들은 그들의 도움을 받아 더 많은 감꽃과 감을 학교에 가져오곤 했습니다. 시골동네 개구쟁이들이 모여 놀다 서로 다투고 싸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힘쎈(?) 형이나 누나들이 있는 친구는 늘 의기양양했습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다가 위기에 몰린 동생을 도우러 그들의 형이나 누나가 나타나면 어쩔 수 없이 주눅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동생이 태어났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부터 8살이나 많은 난 그 아이의 부모 노릇을 도맡았습니다. 진학과 진로 상담자가 되었고 기술병으로 지원입대 할 때에도 그랬습니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공채로 S그룹과 L그룹에 동시 합격했을 때에도, 학사과정에 편입해 졸업할 때에도, 심지어 결혼할 때에도, 또 질녀들이 태어날 때에도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 막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열린 대학교 입시설명회에서 가족에 관한 충격적 경험을 했습니다. 대학 관계자가 자기 학교 입학 전형 중 특이한 것으로  다자녀 전형이 있는데 3째 자녀부터 해당이 된다면서 "해당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충격이 밀려 왔습니다.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경고음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한 나라 인재 양성의 정점에 있는 대학교 입시에 이젠 다자녀 전형이 생겼다는 사실이 충격파로 전해졌던 것입니다.


인구문제로 인해 교육현장에 변화가 불어 닥쳐 대학까지 퇴출되는가 하면 산업 전반에도 인력 부족으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일본처럼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며 일백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 이를 막아보려 했지만 해답은 점점 멀어지는 듯합니다. 인구학자들은  지난해 통합출산율이 1.05였으니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통합출산율 1.0이 이 무너질 것으로 확실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심리적 저지선인 한해 신생아 수 30만 명이 무너져 이르면 2022년에는 20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옵니다. 1970년대 당시 한해 출생아가 100만 명이 넘었는데  이젠 삼촌, 이모, 고모란 호칭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의 속도가 높아지면 노동시장의 붕괴는 물론이고 경제성장 엔진이 파괴되어 결국 국가 존립의 위기가 덮쳐올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AI(인공지능)문제로 집약되는 4차 산업혁명 대책보다 더 시급한 것이 인구문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출산 문제는 곧 결혼 당사자인 청년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요즘 청년 사회에는 결혼포기 혹은 출산포기를 유발시키는 환경이 거미줄처럼 조성돼 있습니다. 청년들의 취업절벽은 결혼 ㆍ주택문제뿐만 아니라 비혼 풍조까지 만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제공되지 못하자 이는 결국 결혼해도 아이를 늦게 가지거나 가지지 않으려는 비출산 풍조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다 보니 인구문제를 해소하려고 중앙 및 지방정부가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지만 실패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통일 신드롬으로 가득 차 있고, 정부는 남북문제를 최우선적 국정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반면 저출산, 인구문제는 정부 관심사에서 그 보다 한단계 아래인 것 같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인구문제는 중차대한 국가 문제 정도가 아니라 우리 사회 존립을 좌우하는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청년 실업이 당연시 되는 우리 사회에서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들로 인해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이제 이 문제를 사회 캠페인으로 치부할 때는 지났습니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치명적 인구문제를 최고의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가 됐습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소소한 우리들의 행복은 무너질 것입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이제 아이 울음소리가 있는 저녁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아이 웃음소리 있는 학교가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모두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이 문제는 부동산 정책이나 원전 에너지 정책 같은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화급을 다투는 일입니다. 이일은 미룰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위급하고 중대한 일이란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를 시급히 시작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대처할 수 있는 시민, 공무원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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