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파키스탄에서 정치적 불안이 지속되면서 통화 가치가 폭락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뉴스(FT)에 따르면 전날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파키스탄 루피화 가치는 4.5% 이상 급락했다. 루피화는 지난해 12월 이후 20% 가량 하락한 상태다. 

최대 원인은 정치적 불안이다. 파키스탄 당국은 지난 13일 런던에 머물다 귀국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를 부패 혐의로 체포했다. 샤리프 전 총리는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해 파키스탄 세번째 총리직에 올랐지만 지난해 7월 부패 혐의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고 물러났다. 

샤리프 전 총리는 실각 후에도 의회 최대 세력인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너무 많은 재산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10년형을 선고받았지만 16일 항소 절차를 시작했다.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군부가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주장이다.

샤리프 전 총리의 귀국은 정치적 승부수로 받아들여진다. PML-N이 오는 25일 실시되는 총선에서 군부의 지원을 받는 야당 테르히르-에-인사프(PTI)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파키스탄의 외환 보유액은 2개월 이상 버틸 수 없는 95억 달러 수준까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총선 이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외환 위기를 막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신청해야 한다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