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선박에 사용되는 `두께 6㎜ 이상 철판`(후판) 가격 인상을 두고 양보없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비용 중 4분의 1 가량이 후판 가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해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을 두고 줄다리기를 해왔는데 올해는 더욱 심한 모양새다.
철강업계는 그동안 낮은 가격에 후판을 공급해왔던 만큼 가격 인상이 아닌 가격 정상화로 봐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반면 조선업계는 수주 1~2년 후 선박이 건조되는 조선산업 특성상 신조 계약 이후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가격 상승 분 만큼 손해를 볼 수 있어 추가 부담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후판 가격에 대한 협상은 반기 단위로 이뤄진다. 지난해의 경우 하반기 후판 가격 인상을 두고 철강업체와 조선업체 간 이견이 커 연말이 다 되서야 소폭 인상으로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지난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들은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가격을 1t당 3만~5만원씩 올린 바 있다.
올해도 철강업계는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재료 값 인상분을 반영해 조선용 후판 납품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조선업체에 납품하는 후판 납품 가격은 1t당 65~7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고점을 찍었던 2008년 110만원선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라는 것이 철강업계의 주장이다.
구체적인 인상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올해 하반기에도 최소 t당 5만원 수준의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철강업계 측 입장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조선업계의 어려움은 함께 인식해 후판사업에서 적자를 봐온 상황에서도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지만, 원료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후판 가격을 현실화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어려움을 반영해 지난해 불가피하게 적자 판매를 했다"며 "올해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을 인상하려는 것은 가격 인상이 아닌 시장 가격 정상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중이다.

조선업계 특성상 배를 수주한 뒤 2~3년 뒤에 매출이 발생하게 되는데 2015~2016년에 수주했던 선박에 적용된 후판 가격이 1t당 5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수주한 선박에 사용되는 후판 가격이 급격하게 오를 경우 수익성이 발생하지 않을 뿐 더러 향후 수주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를 중심으로 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 `인상 유보`를 요청하고 나섰다. 협회는 "수주 1~2년 후 선박이 건조되는 조선산업 특성상 신조 계약 이후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가격 상승 분 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올해 건조 선박은 적자를 감수한 생계형 수주가 대부분이다. 철강사의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사의 적자 심화를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018년 한국 조선사의 후판소요량은 약 420만t으로 예상된다. 상반기에 1t당 5만원 인상에 이어 또 다시 5만원을 인상한다면 약 3천억원의 원가부담이 추가된다"며 "조선사의 경영위기 극복을 통한 국가경제 기여는 더욱 요원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 "장기간에 걸친 조선 시장의 침체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는 조선산업에 연속적으로 후판가격 인상된다면 조선업계의 회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조선사 경영이 회복 돼 정상화될 때까지 후판가격 인상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 김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