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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법은 뜯어 고쳐야
 
정문재 뉴시스 부국장   기사입력  2018/07/19 [19:24]
▲ 정문재뉴시스 부국장    

여성은 약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르다. 아주 강하다. 특히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하면 강철 같은 힘을 발휘한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외면하기 힘들다. 19세기 미국의 금주(禁酒)운동은 여성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술주정뱅이들의 조롱과 욕설을 감수하며 금주 캠페인을 전개했다. 술집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술과 술집을 없애달라고 하나님께 빌었다. 기독교 여성 금주연맹이 이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금주 운동은 우군(友軍)을 많이 확보했다.

 

미국은 프로테스탄트들이 개척한 나라다. 프로테스탄트는 삶에서 절제를 강조한다. 술은 절제를 방해한다. 성직자들은 이미 독립 이전부터 적극적으로 금주 운동을 전개했다. 자본가들도 가세했다.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에서였다. 그 당시만 해도 농업은 물론 공업에서도 노동 의존도가 높았다. 일부 노동자들은 음주 때문에 생산성 향상에 차질을 빚었다. 당연히 생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본가들은 `돈` 때문에 금주 캠페인에 참여했다. 

 

1880년대부터 본격적인 금주법 청원 운동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시카고 등 산업지역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루터교, 감리교, 침례교 등 거의 모든 교파가 참여했다. 정치인은 표(票)를 먹고 산다. 금주법 청원 운동에 기민하게 대응했다. 금주법 입법을 주도하면 `프로테스탄트 윤리의 수호자`라는 훈장을 가슴에 달 수 있었다. 이것만큼 확실한 선거 운동은 없었다. 반(反)독일 정서도 한몫을 했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마자 해군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무차별 잠수함 공격을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화물선은 물론 여객선도 피해를 입었다. 상당수 미국인들도 목숨을 잃었다. 맥주는 독일의 상징으로 통했다. 독일을 미워한 나머지 맥주에도 불똥이 튀었다. 맥주가 졸지에 화풀이 대상으로 전락했다. 미국 하원은 1017년 12월 주 정부의 비준을 전제로 전국적인 금주법 도입을 위한 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은 술의 생산ㆍ운송ㆍ판매 및 수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알코올 함량 0.5% 이상이면 모두 술로 규정됐다. 치료 등 일부 제한적인 목적으로만 술을 허용했다. 미시시피를 비롯해 36개 주가 잇달아 헌법개정안을 비준했다. 이에 따라 미국 하원은 1920년 1월16일 제18차 헌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 다음날부터 미국은 금주법을 시행했다. 공포감이 미국 전역을 엄습했다. 극우 비밀 결사단체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이 날뛰기 시작했다. 쿠 클럭스 클랜은 `기독교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단체답게 금주운동에 적극 가담했다. 술을 사고 파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테러를 저질렀다.

 

금주법이 시행된 지 한 시간 만에 알코올 강도 사건이 벌어졌다. 1920년 1월 17일 0시 59분 갱단이 10만 달러 상당의 치료용 알코올을 실은 기차를 탈취했다. 조직폭력배들은 금주법 시행에 앞서 엄청난 분량의 술을 사들였다. 무허가 술집이 곳곳에 들어섰다. 부자들은 자신들 전용으로 술집을 만들어 놓고 `암호`를 아는 사람만 출입을 허용했다. 치료 목적의 알코올 생산 및 판매는 허용했기 때문에 술 원료인 맥아와 호프를 파는 가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조직폭력배와 경찰, 변호사, 정치인들은 금주법을 계기로 공생관계를 형성했다. 조폭은 술 밀매로 번 돈으로 경찰과 정치인들을 매수하는 한편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했다. 금주법은 법 경시 풍조를 부추기는 한편 조직범죄를 키웠다.

 

갱단 두목 알카포네는 1927년 한해 동안 술 밀매로만 6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미국인들은 스스로의 신세를 한탄했다. `천사`를 흉내 내려다가 `짐승`으로 전락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금주법 반대 여론은 나날이 확산됐다. 미국은 결국 1933년 금주법을 폐지했다. 인간은 스스로의 기본권을 수호하기 위해 대의 민주주의를 선택했다. 자신을 보호해달라고 권력을 위임했는데도 대리인들이 권력을 멋대로 행사한다면 명백한 배임행위다. 불합리한 법이라면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 어설프게 `천사` 흉내를 내려고 하다가 `짐승`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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