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서운암 뒤뜰 홀연히 고개 내민 너의 자태로 나의 사월은 간다 그대 초롱한 눈동자 허약한 내 언덕은 바람 멎지 않아 가슴 아린 전설을 묻고 이 기슭 바람결에 또 흔들린다 그대 겨울도 시렸지만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란 꽃말 내 명치끝 그렁그렁 상처를 지운다 한나절 봄 언저리홍조 짙은 그대 얼굴, 가까이 다가 갈수록 더 수그러져 뎅그렁 서운암 풍경소리 내 발길 묶는다
해마다 봄이 지나는 길목에 통도사 서운암에 들린다 이 산 기슭 홀연히 고개 내민 금낭화 때문이다 그의 전설 만큼이나 가슴 아린 사연이 홍조 띈 표정으로 읽는다 서운암의 예불소리 만큼이나 고즈넉하게 고개 누그러뜨린 금낭화를 보고 있노라면 한겨울 내 식었던 내 가슴도 설레인 듯 홀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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