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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현대중공업 해고자 문제해결, 최대 주주가 나서라
 
편집부   기사입력  2018/07/23 [20:35]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사업본부 근로자 2천 300여명에 대한 무급 휴직을 다음 달 중 추진한다. 현대중공업이 무급휴직에 나선 것은 1973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이 뿐만 아니다. 해양플랜트가 문을 닫으면 협력업체 직원 약 2천 600명도 실직하게 된다. 결국 정규직ㆍ비정규직 합쳐 거의 5천명이 일자리를 잃는 셈이다. 4인 가족으로 계산하면 약 2만 명이 수개월 내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지난 2016년 조선경기 불황이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현대중공업에서 약 3만 6천명이 일자리를 떠났다. 그 과정에서 근로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숱한 투쟁을 벌였지만 단 한 번도 이들의 뜻이 관철된 적은 없다. 대주주가 현대중공업을 4개 회사로 잘게 쪼개 나눌 때도 그랬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추가 해고조치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조가 극렬하게 반대하고 지역사회가 해고중단을 요청하면 잠시 멈칫거렸을 뿐 결국 회사 방침대로 일을 처리했다. 그렇게 다투다 지쳐 한 명 두 명 씩 떠난 게 결국 수만명이 됐다.


해양플랜트 사업부 폐쇄도 마찬가지다, 울산시, 동구청, 동구지역 소상공인,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사회ㆍ시민단체 등이 해양사업부 폐쇄를 당분간 연기하고 구조조정을 늦춰달라고 읍소했지만 현대중공업은 이에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일감이 없으니 더 이상 인원을 고용할 수 없다며 계획대로 사람들을 잘라냈다. 그러다보니 이미 상당수가 떠났고 이제 남은 건 `마지막 선고`를 앞두고 행여나 구원의 손길이 미치지 않을까 기대하는 소수 인원뿐이다. 울산 지역사회는 실직 위기에 처한 동구 조선업체 근로자들을 구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나 부정당업자로 등록된 현대중공업을 일시적으로나마 살려달라고 정부에다 하소연했다.
죄를 지은 기업은 꿈쩍도 않는데 지역 주민과 정치권 심지어 반 기업정서를 가진 노동단체까지 `집행 유예`처분을 정부에 호소했을 정도다. 그렇게 해야 정부가 발주할 수조 원 어치의 선박건조를 수주할 수 있고 그를 통해 해고될 근로자 일부라도 건질 수 있을까 해서다.


지난 1973년 현대중공업이 울산 동구 전하동 해변에 자리 잡았을 때 그들은 조선소 부지를 거저먹듯 가져갔다. 평당 몇 십원도 안 되는 헐값에 60만평을 매입했다. 지금 현대중공업이 차지하고 있는 부지를 시세대로 계산하면 수백조원에 달할 것이란 계산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조선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이 보유한 천문학적 자산을 셈하면 대주주는 결코 손해 볼일이 없다. 땅 값만 수백조원에 이른다는데 회사가 문을 닫아도 대주주가 결국 부동산 소유자 아닌가. 그러니 현대중공업이 세계 일류조선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울산의 땅과 바다 그리고 사람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어디 그 뿐인가.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이 정치적 기반을 닦은 곳도 울산이다. 수만명에 이르는 근로자들과 그 가족 그리고 현대중공업과 종횡으로 연결됐던 울산 시민들이 아니었으면 그가 집권여당 대표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 정권으로부터 외면당해 당적조차 가지지 못했던 정몽준 전 회장이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이면에는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의 지지가 크게 유효했다. 


그런데 그들이 위기에 놓여 있는 이 마당에 대주주 일가는 별 무반응이다. 근로자들의 땀과 노력 덕택에 현재의 현대중공업이 존재하는 게 사실인 이상 그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함에도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 `인간의 가치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라`는 창업주의 유훈을 깡그리 무시하겠다는 심산이 아니고서야 이럴 순 없는 일이다. 거대한 파도에 휩싸여 난파 직전에 있는 배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첫째도 둘째도 그 선장이다. 수천척의 배를 만들어 전 세계에 내 놓았으니 현대중공업 대주주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난파 직전인 현대중공업號를 건져 대양 항해를 다시 시작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주주가 앞장서 배를 구해야 할 것이다. 위험에 처해 있는 승객을 방치하는 것은 비겁한 일일 뿐만 아니라 범죄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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