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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학생들의 여름방학 생활
 
조소영 다전초 교사   기사입력  2018/08/01 [19:10]
▲ 조소영 다전초 교사    

유난히 더운 여름을 견디고 소박한 학급의 아이들이 드디어 여름방학을 맞았다. 방학을 앞두고 방학 지도 계획을 세우는 선생님들은 회의에서 여름 방학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론은 너무 바쁜 아이들에게 방학과제를 적게, 혹은 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예전에는 개학을 하고 방학과제를 모아 잘한 친구들에게 상을 주곤 했다. 저학년의 경우 부모님 숙제가 되기 쉬웠고 그 과정에서 방학을 지낸 경험들이 가정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났다.

 

가장 재미있었던 일을 그리는 숙제와 개학 후 발표에서는 해외여행이나 가족 캠핑 등 술술 이야기가 나오는 경험을 한 친구도 있고, `아무 곳도 안 갔어요. 아무 것도 안 했어요.

 

학원만 다녔어요.` 같이 이야기가 나오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집에서 본 한 편의 만화영화가 아이를 성장시킬 수도 있고 방학에 읽은 한 권의 책이 아이의 생각을 키울 수도 있는데 아이가 이런 과정을 통해 나만 아무 것도 안 한 것 같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소박한 교사는 조금 안타까웠다. 그래서 올 여름 방학과제는 건강하고 안전하게 방학 보내기가 1번 숙제다.

 

재미있고 행복하게 방학보내기가 구두로 덧붙인 2번 숙제다. 소박한 교사는 학교를 다니는 동안 이리 어려운 숙제를 받아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은 환호를 했지만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개학하고 이야기 나눔에서 느끼게 될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행복하고 재미있으면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내기는 참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 어려운 것을 해 낸다. 개학이 되어 까맣게 타서 건강하게 교실에 앉아 있을 숙제 다 한 소박한 아이들을 상상한다.

 

소박한 교사는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여름 방학을 지내고 학급 급우가 물놀이 사고로 돌아오지 못한 슬픈 경험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방학 전에 가장 강조하는 것이 안전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학급의 조심 시리즈가 있는데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아니 알아내는 여러 가지에 불안한 것에 함께 `조심`을 붙여 주는 놀이이다.

 

주로 차 조심, 길조심, 식중독 조심, 독충 조심, 물 조심 아이들의 입으로 자기들이 접하는 환경을 이야기 한다. 그 조심에, 아이들이  하고 싶은 다양한 경험에 대한 망설임과 타인에 대한 경계가 깃들까봐 걱정이 되어 소박한 교사는 많은 이야기를 덧붙인다.


많은 경험과 하고 싶은 일들은 부모님과 같은 보호자의 허락이나 보호 아래서 맘껏 하기, 세상의 정말 좋은 어른들이 많지만 아주 아주 적은 나쁜 어른이 누구인지 모르니 친절하게 내 자신을 지키기, 어떤 물건보다 내가 소중함을 잊지 말기, 튜브나 우산, 책가방 등을 따라가지 않기 등 구체적인 다양한 조심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말을 꼭 덧붙인다.

 

`이런 일은 너희에게 안 일어 날거야. 하지만 한 번 유쾌한 기분으로 생각해 두면 나중에 혹시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당황하지 않고 잘 피할 수 있을 거야.` 이 시점에서 소박한 교사는 방학 중 부모님의 역할을 당부한다. 그리고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조심조심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든다.

  
얼마 전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옥상에서 뛰어 놀 수 있는 외국의 유치원 건축물을 소개하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이 끊임없이 뛰는 것을 인정하고 안전하게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 상을 받은 건축물로 소개되었던 것 같다. 소박한 교사는 가장 바람직한 어른의 자세 같다고 생각했다. 실내에서 뛰다가 가끔씩 큰 사고가 난다.

 

이가 부러지거나 이마가 찢어지는 등 안타까운 사고가 있으면 본성이 뛰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전체적으로 못 뛰게 안전교육을 해야 한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도 학교의 역할, 교사의 역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아이들이 실컷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다칠까봐 못 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뛸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안전을 지키는 어른들의 바람직한 자세 같다.

 

부모는 시간을 내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뛸 수 있는 곳에 데려가 주어야 하고 교사는 학교의 안전하지 못한 곳을 늘 살피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시설과 환경의 개선에 대해 조금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소박한 학급의 아이들의 방학이 벌써 궁금하다.

 

개학이 되면 많이 물어야겠다. 아이들의 개개인의 소박한 경험들이 선생님의 질문에 특별하게 느껴지게 말이다. 실제로 아이들의 성장에 그 들의 소박한 경험이 귀한 것은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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