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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문학 작가상>벤치 워머
 
김완수 시인   기사입력  2018/08/01 [19:13]

 이름 연호해 주는 사람 없어도
언제나 진득하게 벤치를 지키며
세 시간 꼬박 자리 데우는 너
소일처럼 해바라기 씨 까먹다가
상대 투수에게 야유를 툭 뱉을 때 많지만
눈 부릅뜨고 경기 읽어 가는 너
경기가 안 풀리면
감독이 바라봐 주지는 않을까
괜히 방망이 몇 번 힘차게 휘두르며
그림자 시위 하는 너
기나긴 연장 승부 끝에
승리의 끝내기 안타라도 터지면
누구보다 먼저 필드로 달려가
스포츠 신문 일면을
대문짝만 한 등번호로 장식하는 너
내일이면 상대 벤치에 앉아 있을지 모를 삶이어도
오늘만은 화끈하게 소리 지를 배짱 두둑하니
너의 엉덩이는 강타자의 불방망이보다 뜨겁다
어쩌다 운 좋게 타석에 서도
서툰 스윙으로 맥없이 물러나
기회는 또 홈런의 꿈같이 아득해지지만
먹튀란 손가락질 받을 일 없으니
어깨 맘껏 펴도 좋겠다
타석이 벤치보다 어색한 똑딱이여도
 공이 수박만 하게 보인다는 말이 통 믿기지 않아도
자유 계약 앞둔 동료처럼 달뜬 가슴 가져라
상대 투수 앞에서 기죽을 줄 모르는 너
너의 이름은
더그아웃에서 더 뜨거운 필드를 꿈꾸는 벤치 워머

 


 

▲ 김완수시인    

나는 야구광이다. 매일 야구 경기를 볼 수 없는 형편이지만, 좋아하는 팀의 경기와 관심 가는 경기는 즐겨 보는 편이다. 내게 야구는 종교나 다름없다. 그런데 어느 날 경기를 지켜보다가 문득 더그아웃에 앉아 있는 후보 선수들을 보게 됐다. 그들 중엔 경기를 여유롭게 보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자못 진지한 얼굴로 보는 선수들도 있었다. 후자에 해당하는 선수들 얼굴엔 시종 간절함이 있었다. 그 어느 경우이든 후보 선수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거나 카메라의 조명을 받을 리 없다. 더그아웃이 필드보다 친근한 후보 선수들을 이른바 `벤치 워머`라고 한다. 야구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있듯 나는 그들에게서 우리네 삶의 애환을 본다. 그러면 하루하루 희비가 엇갈리는 내 모습이 아른거린다. 하지만 내 간절함이 그선수들의 간절함보다 더하랴 싶었다. 앞날을 예측 못 하기에 우리네 삶이 흥미로울지 모른다. 분명한 건 파도가 밀려 나가면 곧 밀려들듯 삶에도 희망이 찾아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삶은 살 만한 것이고, 꿈꿀 만한 것이리라. 기회는 준비한 자에게 온다고 했던가. 오늘도 부단히 준비하며 도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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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8/01 [19:1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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