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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과 밀실 사이…그 아득한 심연에서(2)
 
김형오 전 국회의장   기사입력  2018/08/02 [18:22]
▲ 김형오전 국회의장    

노회찬: 죽음으로 정치 개혁의 불씨를 살리다.  "당신의 죽음은 모든 정치인을 대속(代贖)한 게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개혁되지 않는다면 이 나라 정치인 모두가 죽게 될 것입니다." 수요일 오후, 노회찬 의원 빈소가 마련된 세브란스 병원으로 가면서 든 생각이다. 방명록에 작별 인사라도 남기고 싶었지만 막상 문상객 줄이 만만찮게 길어 이름만 적었다.  나는 이 나라 정치 적폐의 핵심은 진영 논리가 낳은 억지춘향식의 보혁(保革) 대결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해온 사람이다.

 

그러나 노회찬 의원만큼은 달랐다. 내 눈에 비친 그는 제대로 된 진보 정치인이었다. 심지는 굳건했지만 사고는 건전했다. 비판을 하되 적대적이 아니었고, 물러서지 않았지만 상대를 모욕하지는 않았다. `깨인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나라의 앞날과 정치 개혁을 가로막는 편갈이식 보혁 대결에 진절머리가 난 터라서 노 의원 같은 분이야말로 정당 개혁과 정치 발전의 적임자라고 여겨왔다. 그런 그가 갔다니, 너무나 아쉽고 마음 아프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했을까. 절대로 목숨을 던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클린 정치인의 상징이었던 그는 한순간의 잘못과 거짓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는 지혜로웠지만 자신에게는 약지 못했다. 어리석었다. 그래서 더 슬프고 안타깝다. 기성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그에게 깊은 빚을 진 심경이리라. 그러나 애도만으로 그치기엔 그의 죽음이 남긴 울림이 너무 크다. 이 시점에서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게 있다. 어떤 형태의 정치자금이든 그로부터 자유로운, 흠결 없는 정치인이 몇이나 될까.

 

그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덮이고 또 세월 속에 묻혀버린다면 이 나라 정치는 희망이 없다. 정치 개혁, 제도 개선, 운영 쇄신을 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희생자, 제2ㆍ제3의 노회찬이 나오고 정치는 마냥 뒷걸음질 치게 된다. 마침내는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의 죽음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 그의 희생을 정치 발전의 계기로 삼아 정치자금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켜야 한다. 언제까지 어물쩍, 우물쭈물할 것인가. 정치인, 국회의원이 욕을 먹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더러운` 정치자금 때문이다.

 

정치자금 없이도 정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든지, 선명하고 깨끗한 정치자금으로만 정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 둘 중 어느 것이든 절체절명의 과제다. 서둘러야 한다. 머리 좋은 국회의원들이 이것 하나 못 만들어낸다면 정치할 자격도 없다. 그것이 노 의원의 죽음에 우리가 사죄하고 값하는 길이다. 빈소에 줄지어 선 수많은 사람의 애도 행렬을 보면서 아직 이 나라 정치가 포기할 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최인훈 선생이 쓴 `광장` 서문의 이 구절이 머리를 스쳤다.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인간을 이 두 가지 공간의 어느 한 쪽에 가두어버릴 때 그는 살 수 없다. 이명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어떻게 밀실을 버리고 광장으로 나왔는가. 그는 어떻게 광장에서 패하고 밀실로 물러났는가. 나는 다만 그가 `열심히 살고 싶어 한` 사람이라는 것만은 말할 수 있다."  노회찬 의원, 삼가 명복을 빕니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이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데올로기와 체제 갈등이 없는 나라를 꿈꾸며 바다로 몸을 던졌듯이, 당신이 죽음보다 깊은 고뇌의 심연에서 망명지처럼 선택했을 마지막 결단을 나는 감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말만은 꼭 해주고 싶군요. 당신은 참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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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8/02 [18:2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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