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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바람타고 여행한데이~` 강원문학기행을 마치고
 
이태령 울산시교육청 주무관   기사입력  2018/08/07 [18:50]
▲ 이태령울산시교육청 주무관    

지난 7월25일부터 3일간 울산관내 고등학생들과 강원권으로 `책바람타고 여행한데이~ `를 다녀왔다. 문학작품의 배경이 된 곳을 탐방하며 참가한 학생들이 서로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독서의 깊이를 더 하고자는 데 취지가 있었다. 장마철과 겹쳐 태풍이 올 시기라 비가 안 오길 바랐다. 막상 출발일이 가까워오자, 비는커녕 연일 전국 폭염뉴스가 이어졌다. 참여할 학생들에게 건강관리와 준비물 안내 문자를 거듭 보냈다.

 

이번 문학기행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보고 즐거워 할 학생들 모습에 대한 기대 반, `행사를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을까` 라는 걱정 반으로 강원문학기행의 첫날은 열렸다. 1일차는 인제군 소재, 울창한 소나무 숲과 북천이 흐르고 있는 만해문학박물관과 인근에 자리한 한국시집박물관, 여초서예관을 차례로 둘러보며 체험활동을 했다.

 

참가한 학생과 선생님들은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좋아하는 시 구절을 찾아 에코백을 만들고, 여초서예관에서 개인사진과 서예를 활용 캘리그래피한 개인용 머그컵 만들기도 하였다. 저녁을 먹고는 만해마을학교에서 팀별로 한용운 모방 시 합작품을 만들고 낭독시간을 가졌다.  한용운의 대표작 `알 수 없어요.`, `님의 침묵`, `나룻배와 행인`이라는 시들이 활용되었다. 분임별 토론과정에서  `님의 자리`, `기회의 침묵`, `길 꽃과 꿀벌`, `알 수 없어요 `, `어머니와 딸` `왜 그러는 지 알 수 없어요`, 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모방 시를 창작하였다. 이 중에서 여러 친구들 마음에 가장 울림을 주었던 글은 바로 `나룻배와 행인`을 모방한 `어머니와 딸`이라는 제목의 시였다.


고등학생들의 현실과 심정이 가장 잘 나타나 친구들에게 많은 공감을 준 것 같았다. 학생들이 서로 함께 떠오르는 시상과 아이디어를 토론하고 詩作하고 詩를 그려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인이 되어 그 시대 상황을 이해하며 작품 속으로 깊이 스며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 첫날, 5시간 이상을 이동해 와서 지칠 만도 했을 텐데, 학생들의 식지 않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2일차에는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으로 이동하여 `서민의 화가`라고 요약되는 박수근의 삶과 예술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곤궁한 시절에 힘겹게 살아갔던 서민화가, 그 힘들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그는 삶의 힘겨움을 탓하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의 무던한 마음을 그렸다. 스스로 `인간에 대한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한다`는 예술에 대한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듯이 그는 가정에 있는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가장 즐겨 그렸다.

 

절구질하는 여인, 광주리를 이고 가는 여인, 길가의 행상들, 아기를 업은 소녀, 할아버지와 손자와 같은 화가의 진품이 전시된 전시관을 차례로 둘러보고,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평창 소재 `이효석 문학관`으로 이동하였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만남과 헤어짐, 그리움, 떠돌이의 애수 등이 아름다운 자연과 융화되어 미학적인 세계로 승화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적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인간의 순박한 본성을 그려내고 달밤의 메밀밭을 묘사한 시적인 문체가 뛰어나, 교과서에도 실려 학생들에게는 매우 친근한 작품이었다.

 

저녁을 먹고 세미나실에 모인 학생들은 `찢기빙고`라는 게임으로 여는 시간을 가졌다. 게임을 통해 몸풀기가 끝나자, 김유정과 이효석의 대표 작품 소리극 창작에 들어갔다. 두 작가의 대표 작품을 나누어 세 팀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나머지 세 팀은 김유정의 `동백꽃` 소설의 뒷이야기를 팀원들과 함께 만들어 보게 했다. 진행을 맡은 교사독서교육지원단은 팀원들끼리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스토리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토론마당을 열어주었다. 팀원들은 모두가 극작가가 되어 음향효과도 넣고 내레이터도 정하느라 자리에 앉아있는 학생이 없을 지경이었다.


이야기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진 학생들이 연신 웃으며 즐겁게 활동에 몰입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게까지 느껴졌다.   드디어 `메밀꽃 필 무렵`과 `동백꽃` 그 뒷이야기로 각 팀이 준비한 소리극을 들려 줄 시간이었다. 한국단편소설의 백미인 `메밀꽃 필 무렵`의 뒷이야기를 기발하고도 창의적으로 만들어냈다. 김유정의 `동백꽃`도 인물성격을 잘 살려 액자소설형식으로 다시 태어난 작품이 있는 가하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1930년대 작품을 현재의 시점으로, 때로는 미래까지 끌어와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짧은 시간동안 두 작품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미나게 재구성해내는 학생들의 상상력이 놀라웠다.

 

3일차 김유정 문학관에서는 일찍 부모를 여윈 김유정이 고독과 빈곤 속에 살면서도 짧은 작가생활동안 동백꽃, 봄봄, 만무방, 소낙비 등 30여편의 많은 작품을 토속어와 우리말에 애정을 담아 창작했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김유정 전시관, 이야기집, 소설의 배경이 된 실레마을 이야기길 등을 둘러보며 3일의 여정을 마무리하였다. 독서문학기행은 작년에 `여행하며 책읽는데이`에서 출발하여 이번이 여섯 번째였다. 행사의 목적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게 올해는 `책바람타고 여행한데이`로 이름을 조금 바꾸었다.

 

`책바람타고 여행한데이`에 참가한 학생들이 고교 시절, 무더위 속에서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나누었던 다양한 독서체험들이 그들의 꿈을 찾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자신도 몰랐던 자기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여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나갈 기회가 생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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