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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문학 작가상>
압록강을 건너는 순이
 
김완수 시인   기사입력  2018/08/08 [19:07]

어둠의 깊이도 모르던 순이가
여명같이 눈 시린 꿈을 보따리에 꾸려
첫새벽 압록강을 건넌다
여기는 빛과 어둠이 대치하는 국경
이따금 달의 기척만 경보음으로 들리고
망루의 날 선 빛이 어둠 속을 헤집으면
어둠살 뒤에 웅크려 바지 자락 걷는다
억장 같은 정적을 건너면 자유가 있겠지
암전 속으로 저릿저릿 들어가는 순이는
생사가 줄다리기하는 외길을 타며
물먹은 쪽배처럼 강을 건넌다
자유가 보따리만큼 듬직해
강 건너에 손을 뻗으면
강물은 등 내밀어 순이를 불끈 업는데
보릿고개보다 험한 고비 네 번은 넘어야
실낱같던 자유를 만날 수 있다지
순이가 경계(境界)를 움켜쥐는 순간
탕! 하는 쇳소리 비껴가고
빛도 스스로 무장 해제하는데
공도하(公渡河)! 공도하!
어둠이 순이 등을 떠밀 때
안도의 숨은 파문을 그리고 
곧 어지러이 흩어지는 빛
순이가 강둑에 서자          
보따리에서 선잠을 자던 꿈이
여름날 강물처럼 넘실거린다

 


 

 

▲ 김완수시인    

한 발짝도 진전되지 않을 것 같은 한반도 정세에 최근 거짓말같이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우리 국민 가운데 남북 정상이 격의 없이 만나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서 감격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멀게만 느껴지던 통일이 눈앞에 다가온 것 같아 가슴이 설렜다.

 

그러나 또 냉정하게 돌아보면 북한의 인권 상황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지금도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중국이나 제3국으로 탈출하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북한이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압록강은 그렇게 처절한 아픔의 상징이자 무대이다. 나는 진보주의자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 문제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떠나 자유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평화`와 `통일`은 온 국민이 염원하는 화두다. `평화 통일`이야말로 우리가 한반도의 희망찬 미래를 생각하는 데 있어 금석(金石)같이 여겨야 할 최우선의 가치이다. 하지만 또 평화를 위한 평화나 통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분명 경계해야 할 것이다. 어둠의 압록강을 절박하게 건너는 사람은 비단 `순이`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북한 동포들이 수없이 많다. 그들의 미래에 햇살이 환하길 비추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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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8/08 [19:07]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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