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노사가 2주간 이어지는 여름휴가 이후에도 임단협 교섭에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울산본사 전경.     © 편집부

현대중공업 노사가 2주간 이어지는 여름휴가 이후에도 임단협 교섭에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조선업의 장기불황으로 3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 빠진데다 해양사업부 가동 중단 등 현안 문제에 대한 노사간 입장차가 크기 때문이다.

▲연속 적자ㆍ해양사업부 중단 초읽기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1천 7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적자인데다 3분기 연속이다. 3분기 동안 순손실만 2천 337억원이고 매출액도 3조 1천 244억원으로 26.4% 감소했다. 한때 조선업계 블루오션으로 불리던 해양플랜트사업의 경우 여름휴가 직후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다. 지난 2014년 11월 UAE(아랍에미리트) 나스르 프로젝트 이후 3년9개월째 수주를 단 1건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달 말 나스르 프로젝트의 마지막 모듈이 출하되면 해양사업부는 일감 바닥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회사는 해양사업부 전체 임직원 2천 600여명 가운데 해외현장 파견, 타부서 이동 인원을 제외한 약 2천명을 유휴인력으로 분류해두고 있다.

▲노사 의견차 커 임단협 장기화 우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8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달 24일까지 21차례에 걸쳐 교섭을 거듭했으나 의견 조율을 이루지 못했다. 상견례 전 노조가 기본급 14만 6천 746원 인상, 성과급 최소 250% 지급, 자기계발비 10시간 추가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요구안을 내자 회사는 곧바로 올해 임금동결, 경영 정상화시까지 기본급 20% 반납안을 제시하며 맞섰다.
수차례 교섭에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노조는 지난달 17일 19차 교섭에서 기본급 7만 3천 373원 인상, 성과급 지급기준 확정, 고용안정협약서 작성, 직무환경수당 상향 조정 등이 담긴 수정안을 냈다. 그러나 회사는 해양사업부 유휴인력 무급휴직 시행안을 추가로 제시해 노조와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교섭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가자 지난달 19일부터 4일 연속 전면파업에 나서며 회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노사는 여름휴가 전 잠정합의 시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지난달 28일부터 긴 휴가에 들어갔다.

▲추석 전 타결…소모전 탈피해야
현대중 노사는 2주간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오는 13일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노사가 평소 매주 2차례 교섭을 가져온 점을 감안하면 휴가 직후 교섭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휴가 전 마지막 교섭인 21차 교섭에서 노사 교섭위원 간 갈등이 증폭된 바 있어 당분간 냉각기를 가질 가능성도 크다. 21차 교섭에서 노조 교섭위원들이 회사의 해양사업부 무급휴직 안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심한 욕설까지 나와 회사 측 위원들이 곧바로 교섭장을 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휴가 전 타결에 실패한 노사는 이제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집중 교섭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임금과 성과급 등 임단협 쟁점은 물론 해양사업부 유휴인력, 시운전부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등 현안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조선업이 장기 침체가 빠진 가운데 노사가 자존심을 내세운 소모전만 할 게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서로 열린 마음으로 절충점을 찾아가야 한다"며 "가동 중단을 앞둔 해양사업부 문제 등 쟁점부터 하나씩 풀어나가지 않는다면 올해 안에 임단협을 마무리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그룹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은 지난달 27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22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록을 세웠다.  김홍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