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바니타스, 메멘토 모리
 
오나경 약사고 교사ㆍ서양화가   기사입력  2018/08/20 [18:19]
▲ 오나경 약사고 교사ㆍ서양화가  

지난 주말 울산교육청 미술관인 울주군 상북면 소재의 `다담은 갤러리`에서 관내 3개 고등학교 학생 작가로 초대되어 전시 진행 중인 미래 예술가들의 작품 감상회가 열렸다. 그 곳에서 필자 근무교의 학생 작가 이서영(2학년)이 17세기 화풍의 유화로 제작해 `유한(有限)`이라는 제목을 달아놓은 바니타스 자화상을 본 이후 삶 속에 관장되고 있지만 늘 유보해 온 한 가지 생각, 즉 `죽음`을 재고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 18세의 창창한 청춘도 삶에 내재되어 있는 필연의 죽음을 간과하지 않고 해골과 공존하는 아름다운 젊음의 자화상을 통해 삶의 유한성을 역설로 풀어낸 것을 보고 필자의 도리 없이 유한한 삶에 담아야 할 가치를 다시 새겨볼 수밖에 없었다.

 

서양 미술사에서 바니타스(Vanitas) 는 17세기를 전후해 북유럽의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지역에서 유행처럼 번지며 독특한 소재의 화면으로 인기를 끌었던 회화의 한 장르다. 정물화 위주로 제작되었으며 상징을 중시한 시각 예술로, 인간사 주변의 여러 가지 상황을 담고 있거나 인생무상, 유한성, 덧없음, 허무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사물들, 예컨대 책ㆍ지도ㆍ악기(예술과 학문을 상징하는 물건), 지갑ㆍ보석(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물건), 술잔, 담배 파이프, 트럼프 카드(세속적인 쾌락을 상징하는 물건), 해골, 시계, 타고 있는 양초, 비누 거품, 꽃(죽음이나 덧없음을 상징하는 물건), 때로는 부활과 영생을 상징하는 물건(옥수수 열매, 담쟁이, 월계수 가지) 등으로 화면을 완성한 화풍이다.

 

바니타스(Vanitas) 는 죽음의 불가피성과 속세의 업적 및 쾌락의 무의미함을 상징하는 소재들을 다루며 1550년경에 독자적인 분야로 발전해 1650년경 쇠퇴할 때까지 주로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크게 발전하였는데 미술의 맥락 상 중세 유렵을 휩쓸었던 흑사병, 30년 전쟁 등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텍스트에 열광해 고전 문헌과 현대 문헌을 섭렵하고 다양한 방면의 연구를 통해 세계의 독서인들에게 동시대 최고의 저술가 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프랑스의 역사가 필립 아리에스는 그의 저서 <죽음 앞의 인간>을 통해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영원한 명제인 죽음에 관한 역사를 들추어내며 중세 이후 사람들의 삶에 대한 태도를 두 가지로 결론 내렸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이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고대 로마에서는 원정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이 말을 외치게 했다고 한다.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이런 뜻을 전하고자 한 것이다. 17세기 네델란드의 바니타스화풍도 이러한 맥락으로 연결할 수 있다. 바니타스의 라틴어 어원이 "바니티"인데 세속적인 삶과 모든 세속적인 추구, 물질의 무의미함을 뜻한다. 성경에도 바로 이 단어가 인용되는데 불가타 (라틴어로 번역된 성경)에서는 `Vanitas vanitatum omnia vanitas`라는 운문으로 번역되어 우리말로는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라 한다.

 

바니타스화도 초기에는 단색조의 음울하고 강렬한 구도와 몇 가지 물건, 예를 들면 책, 해골 하나 정도만을 우아하고 정확하게 묘사하며 무상함만을 상징하고 강조했지만 점차 다른 요소들이 부가되고 색조가 다양해져 화면 분위기가 밝아졌으며 소재들을 뒤섞어 표현도 하여 속세의 업적이 결국에는 뒤집어진다는 것을 상징물의 구도로 암시하기도 했다. 죽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사는 동안은 진실하고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메멘토 모리`라는 어구를 떠올리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모리라는 이름을 가진 이다. 미치 앨봄이란 제자에게  전한 인생 경험으로 세계인의 인생 멘토가 되었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주인공 사회학자 `모리 슈워츠` 교수이다. 그가 루게릭병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직접 쓴 책 『모리의 마지막 수업』에서 병든 육신을 교재삼아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긍정심으로 생자필멸(生者必滅)의 섭리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다독여 주었던 잠언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마음 열기` `마주하기` `받아들이기` `포기` `사랑` `용서` 는 모리 교수가 제안한 `메멘토 모리`의 중요한 팁이다. 모리 교수의 현명하고 따뜻한 조언과 함께, 나이 어린 제자가 조용히 전하던 `삶은 유한하고 삶 속에 죽음이 공존한다`는 자화상 설명을 떠올리며 필자가 평소에 가끔 뇌이던 아메리카 인디언 나바호족의 말도 되새겨본다.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너는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도록 그런 삶을 살아라"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8/08/20 [18:19]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