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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을 든 남자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8/08/21 [19:43]
▲ 정성수시인    

남자들이 양산을 들고 다닌다면 그것도 올 칼라로 된 양산이라면 전 같으면 웃을 일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푹푹 찌는 날씨에는 양산이냐? 우산이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늘이 절실하다. 요즘 날씨는 덥다는 말로는 간에 기별이 가지 않는다. 반려견들은 폭염에 혀를 길게 빼고 헉헉거리고 발바닥에 화상을 입고 발작을 한다. 더위가 `재난`이 되면서 사고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올여름 기록적인 무더위는 역대 고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도 홍천 최고 기온이 41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백두대간을 넘어온 동풍이 분지인 홍천에 모이면서 기온이 높아 진 것이다. 1942년 대구의 40도 기록이 76년 만에 깨졌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더위는 동남아보다도 심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강원 홍천이 41.0도, 경북 의성이 40.4도, 경기 양평이 40.1도, 충북 충주가 40.0도로 5곳이 40도를 넘겼다. 이런 현상은 1907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111년 만에 가장 높은 온도다. 여기에 수온이 28도가 넘는 뜨거운 바다인 `웜풀Warm pool`도 갈수록 고위도까지 확장하고 있다. 더위에는 동물들도 배겨 낼 재간이 없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그늘에서 꼼짝하지 않는다. 시베리아 호랑이나 유럽의 불곰 등을 위해 동물원 측에서는 수영장 만들어 주고 물을 자주 갈아준다.

 

특히 호랑이는 고양잇과 동물 중 드물게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물속에 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도록 해주고 불곰에게는 시원한 물이 쏟아지는 물바가지를 설치해 준다. 입맛 잃은 동물들에게는 특별식을 제공한다. 계속된 폭염에 동물의 더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관람객 편의보다 동물들의 건강을 먼저 챙기고 있다. 더위에 지친 동물들에게 영양제를 먹이고 에어컨과 선풍기를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 얼음은 물론 아이스크림처럼 고기나 과일을 얼려 준다. 바나나 ㆍ 수박 ㆍ 비타민제 따위를 섞은 특제 과일 빙수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방층이 두꺼운 물범 같은 동물들을 위해 그늘막은 물론 더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동물들이 드나드는 실ㆍ내외 문을 개방한다.

 

이처럼 지극 정성을 쏟아도 동물들은 온종일 꼼짝하지 않고 고개만 내밀고 있거나, 새들은 모래에 들어가 숨어 있다. 그늘에서 낮잠 자기를 하며 한여름 무더위를 넘기는 동물들의 여름나기는 말 그대로 전쟁이다. 40도를 오르내리는 한낮에 동물들이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일본에서는 남성용 양산이 인기라고 한다. 지난 7월 3일 나고야의 기온이 섭씨 40.2도를 기록해 72년 만에 이 지역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자 남자도 `온열질환`에 걸리지 않으려면 양산을 쓰자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더위가 본격화 되면서 도쿄 긴자의 생활용품점 `로프트Loft(잡화점)`에서 팔리는 남성용 양산 판매량이 지난달 초에 비해 6배가량 증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남자를 폭염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한 자루의 양산`이라는 홍보문이 사람들의 관심을 잡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산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2018년 대한민국의 7,8월은 푹푹 찌는 습식 사우나탕이다. 평균 기온이 1도만 올라가도 비브리오 패혈증, 쯔쯔가무시,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 발생률이 4.27%나 올라간다고 한다. 양산을 쓰면 체감 온도가 7~8도는 하락할 뿐만 아니라 자외선 차단 효과도 모자를 쓰는 것보다 3배가량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뿐만 아니라 피부를 보호하고 나아가 탈모까지 방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햇볕에 무작정 외출을 하는 것은 만용을 넘어 목숨을 담보하는 것이다.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통째로 익을 것 같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살인적 더위다. 양산이 필수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양산을 받고 외출을 하는 것은 일본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체면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 같은 값이면 코팅이 잘되고 망사처럼 비치지 않으며 자외선이 차단되는 양산을 준비해야 한다. 겉은 흰색, 안쪽은 검은색이 좋다. 햇빛을 가장 많이 반사하는 색은 흰색이고, 가장 많이 흡수하는 색은 검은색이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남자라고 해서 양산인들 못 들고 다니겠는가? 요즘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패션에서 남ㆍ여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양산을 든 남자` 얼마나 멋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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