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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새꽃
 
서정화 시인   기사입력  2018/08/21 [19:58]


 혹독한 기다림 위에 일어서는 길을 본다
저 홀로 사막으로 가 긴 나날 눈 귀 밝힌
언 창가 온기로 와서 살그락, 불 밝힌다

한 땀 한 땀 촘촘히 꿰매가는 시간 속에
꼿꼿이 허리 세워 움츠렸던 날개펴는
저마다 마알간 눈빛 푸른 선율 내뿜는다
 
생은 뼈가 아니라 빛에서 오는 것이리
허공 한껏 눈을 뜨는 어둠이여 나뉘어라
나또한 꿈틀거린다, 나비로 깨어난다

 


 

 

▲ 서정화시인    

흰 눈이 많이 쌓인 도시 속 엔 새하얀 지붕과 눈꽃나무 온통 하얀 눈 뿐 입니다.
밤새 시상을 잡으려 온몸으로 시조를 쓰다가 지쳐 포기하려는 순간.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다른 이웃집 창가에 이따금 하나 둘 노란 불빛이 켜지는 찰나가 보였습니다. 신새벽 불을 켜는 노란 창문이 그 순간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칠흑 속 온 밤을 꼬박 샌 시간. 목이 몹시 말랐습니다. 깊은 산 속 무거운 눈을 짊어지고 있는 소나무들의 간격 사이로 추운 겨울 눈 밭에 땅 속은 얼마나 오래 저를 견디는 싸움이 치열하게 있을까요.
얼마나 저를 하얗게 태우고 녹아야 푸르게 반짝일까요. 설봉 아래 눈과 얼음을 뚫고 나온 얼음새꽃. 차갑고 혹독한 추위를 스스로 견디며 눈이 녹아 껍질을 깨고 새롭게 태어나는 얼음새꽃!
그들의 깨끗한 청혼(淸魂)을 바라보고 두 눈 가득 고인 눈물을 떨굽니다.
맨발로 시조에 걸어가 저도 이제 그만 깨어나고 싶습니다, 나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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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8/21 [19:5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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