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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유서희 수필가   기사입력  2018/08/22 [19:47]
▲ 유서희수필가    

그녀에게서 커피숍을 개업했다는 소식이 도착하자 카톡방이 분주해졌다. 얼마 전, 친한 지인의 노력으로 우리는 그녀를 만났다. 지인과 함께 수필 공부를 하던 중 지도 교수님이 우수한 수필 작품을 소개해 주셨다. 영주신춘문예 수상작인 그녀의 작품은 깊은 감동을 주었다. 섬세하면서도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하고 한 편의 맑은 동화를 읽는 착각을 들기도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지인은 경주에 살고 있다는 그녀의 연락처를 수소문하였고 통화를 한 후 세사람은 경주에서 급속적으로 첫 만남을 가졌다. 서로 마음이 통해서일까. 만남 이전에 몇 번이나 작품을 읽어 보아서일까. 첫 만남임에도 왠지 오래된 사이처럼 친숙하고 익숙해져 그날 밤 늦도록 헤어질 생각을 않았다.

 

우리는 커피숍에서 그녀의 또 다른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하며 즉석 수필낭독으로 그녀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나기도 하였다. 헤어질 무렵, 그녀는 현재 커피숍 개업을 준비 중에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고 개업을 하면 그 때 다시 만나기로 하고 아쉬움을 달래며 헤어졌다.   그 후, 한 달쯤 지나서 그녀가 커피숍을 개업했다는 소식을 듣자 소나기같은 만남을 위해 지인과 나는 예고 없이 그녀에게로 달려갔다.

 

 `소나기` 그녀가 개업한 커피숍의 이름이다. 가녀린 외모와는 대조적으로 뜨거운 열정을 품은 그녀의 내면과 잘 어울리는 상호다. `소나기`라는 말을 되뇌일수록 왠지 마음이 들뜨고 상기되었다. 그 곳에 도착하자 이전부터 우리와 함께 자리를 갖고 싶다고 하던 B씨가 합류하여 분위기는 한 층 고조 되었다. 한 바탕 쏟아지는 빗소리와 소나기가 내린 뒤에는 무지개를 볼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인지 어렸을 때부터 소나기를 좋아했다. 소낙비 내리는 동안에는 농부의 허리가 곧게 앉아 있어도, 아이가 어머니의 심부름을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소나기가 다 말해주었다. 갑자기 내리는 비지만 생각해보면 소나기는 자신이 내려갈 것이라는 신호를 먹구름으로 바람으로 보냈었다.


단지 우리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나서야 소나기임을 알 뿐이다. 어쩌면 갑자기 내리는 그 비이기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비인지도 모를일이다. 지난 6월말, 강동에 바닷가로 수업하러 갈 때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볕이 뜨겁게 내리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타고 시동을 걸며 무심코 바다로 시선을 들었는데 그만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바다 위로 무지개가 크게 떠 있는 것이었다. 얼마 만에 보는 무지개인가. 바다 위에 떠 있는 무지개를 보는 행운이 또 올까.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한 참 동안 무지개에게 넋을 빼앗겼었다.  드디어 그녀의 커피숍에 도착했다. 커피숍 건물 앞으로는 강물이 도란도란 흐르고 양 옆으로는 공원과 공원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실내로 들어서자 편안하고 안정감 드는 톤으로 색감을 맞추었고 굵고 널찍한 나무가 무게감을 잡아 주었다. 마음에 쏙 들었다. 특이한 것은 친정집을 개조해서 방방마다 꾸몄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녀의 모친이 기거하던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입구의 벽에는 초록의 풀숲에서 꼬마아이가 깨금발로 커피 잔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앙증맞던지 벽화 속 소녀는 한 순간에 나의 마음을 훔쳐갔다. 그 옆에는 초록색의 책을 연상시키는 공간이 있는데 그 곳은 그녀의 수필 작품 중 일부를 그 속에 적어 넣으면 그 방에 머무는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잊고 있었던 감성을 깨우는데  최고의 공간이 될 듯 했다.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소나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커피를 팔기 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대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녀라면 그렇게 할 것이었다. 한 번 퍼 붓기 시작하면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게 하는 소나기. 많은 사람들의 손을 쉬게 하고 허리를 펴게 하는 배려. 그러나 8월의 태양만큼 뜨거운 열정을 품은 소나기. 품은 열정을 글과 차(茶)속에 녹여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면서도 시원하게 씻겨 줄 그녀의 소나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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