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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못 잡는 고양이
 
임일태 전 한국 해양대학교 교수   기사입력  2018/08/27 [19:26]
▲ 임일태전 한국 해양대학교 교수     

고양이는 자동차 소리를 정확하게 구별할 줄 안다. 멀리서도 내 차 소리만 들리면 퇴비장으로 달려와서는 다소곳하게 예를 갖추고 트렁크가 열리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한 지가 삼 년은 족히 넘었으리라. 오랫동안 굶었는지 축 늘어진 뱃가죽은 종잇장처럼 얇고 네 다리는 뼈만 앙상하여 가죽에 텐트를 친듯하다. 야위어 걸음조차 삐뚤삐뚤한데 울 기운조차도 없는지 소리조차도 가늘고 드문드문 불규칙하다.

 

야- 하고 가늘게 울고, 한참이 지나서야 들릴 듯 말듯 옹- 하는 식이다. 눈을 게슴츠레하게 감고 귀와 코를 크게 열어 운명의 순간을 기다린다. 마치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경건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거지가 깡통을 내밀고 적선을 기다리는 순간처럼 애절하기 까지 하다.

 

퇴비장의 포장을 벋기고 트렁크에서 꺼낸 음식물 쓰레기통을 퇴비장에 쏟는 순간 고양이는 전광석화처럼 달려들어 음식물을 낚아챈다. 이런 일을 대비하여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장에 붓기 전에 발로 고양이를 멀리 차는 일을 먼저 하지만 번번이 실패다. 내가 실패를 해야만 며칠에 한번이라도 얻어먹어 겨우 연명 할 수 있는 고양이가 측은하기는 하지만 쥐를 잡기는커녕 생존경쟁에서 밀리는 고양이가 한없이 밉다.  서너 해 전에 집에서 멀지않은 산 정상에 농장을 갖고부터 우리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려는 데 보태려고 농장의 퇴비장에 버렸다.

 

악취가 나기는 했지만 풀과 섞어 퇴비를 만드는 데는 가축을 기르지 않는 가정으로써는 그만한 것이 딱히 없었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에 파리와 까치, 쥐가 드나들어 먹기 시작하고 얼마 후에 고양이가 합류했다. 고양이가 나타나면 쥐는 얼씬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심 기대를 하고 좋아했는데 그 것은 착각이었다. 고양이가 쥐를 잡는다는 것은 호랑이가 담배를 피웠다는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쥐를 잡지 못하는 고양이를 보는 것조차도 가슴이 답답하고 괴로웠다.


일 년 전, 먹을 것이 없어지면 다른 곳으로 가던지 쥐를 잡아먹고 살겠지 하는 생각에 퇴비장을 튼튼한 포장으로 덮어놓고 네 귀퉁이를 큰 돌로 꽁꽁 눌러 두었다. 굶어죽기가 싫으면 다른 곳으로 먹을 것을 구하러 떠나든지 쥐를 잡아 주린 배를 채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 쥐는 퇴비 아래에 사방으로 구멍을 내고 안으로 들어가서 포식을 하였다. 쥐의 숫자는 늘어만 가고 또 포동포동 살이 찌는데 고양이는 자꾸만 야위어 갔다. 고양이는 처량한 모습을 하고서 나에게 선처를 구걸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 방법이었다.

 

얼마 전에 공단지역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 적이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예닐곱이었는데 나만 한국 사람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외국인 노동자였다. 마치 내가 어느 외국에 와서 서 있는 것 같았다. 마침 퇴근 시간이고 한국의 근로자는 승용차로 퇴근을 하고 외국인 근로자만이 버스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이라도 마다않고 하겠다고 희망을 갖고 한국을 찾은 그들이 있기에 그나마 중소기업이 버티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날은 공단에 있는 모 중소기업체에 경영 지도를 하는 날이었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물었을 때 중소기업에 일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외국인 근로자라도 초청하고 싶은데 그 절차가 까다롭다고 관련기관에 건의해서 해결해 주었으면 했다.


신문에는 온통 청년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야단들이다. 정부는 일자리를 몇 만개 만들겠다고 공약을 하지만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은 세금으로 일시적인 실업을 줄이는 정책이라고 야당은 안 된다고 야단이다.  굶어 죽어도 쥐를 못 잡겠다는 고양이,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곳에서 희망을 파는 쥐를 보는 나는 답답하기만 하다. 아들은 고시 삼수생이다. 고시에 합격하여 직업을 갖겠다는 것이 유일한 목표이다. 다른 일은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 매일 집에서 농장을 경유하여 고시원에 출근을 한다.

 

고시원 가는 길에 농장 퇴비장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고양이에게 절대 동정은 하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 오후에 점검하러 간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나는 오후에 농장에 들러 퇴비장을 보고는 아연실색을 했다. 포장을 열어서 음식물 쓰레기는 버리고 포장을 덮고 돌로 꽁꽁 눌러두라고 그렇게 여러 번 일렀건만, 아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포장도 벋기지 않은 채 포장 위에 부어 놓았는지 고양이는 포식을 하고 햇볕에 누워 식식거리고 있다.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는 여기 저기 흩어져 글자를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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