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바람 살을 에는 덕장에 매달리어 한 줌 햇살 끌어안고 서로 마음 기대던 피붙이 하나둘 떠나고 주름살만 골이 깊다
포항댁 푸념의 말 사는 게 뭐 별거냐 비린내 안주 삼아 기울이는 술잔너머 수십 년 청어 엮어낸 지문 없는 손을 보다
앞치마 툭툭 털며 굽은 허리 펴더니
"이거마 떨이 시더 맛보고 사가이소" 지는 해 등에 지고서 막바지 하는 흥정
포항 죽도시장은 예부터 청어 과메기를 엮어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이 많았다. 실향민 포항댁도 그 속에 한 사람이다. 근해에서 만선의 깃발을 올리던 청어 떼가 하루아침에 자취를 감추고 잡히지 않아 오래전부터 청어 대신 꽁치로 대처했다. 유정물이든 무정물이든 연기법에 따라 태어나면 사라지는 것이다. 아주 작은 풀 한 포기도 영원하지 않듯 이 지구상에는 가고 옴이 분명하다. 포항댁은 과메기를 하도 엮어 손끝마다 지문이 없어 주민등록발급도 퍽 늦게 받았다. 엄지손가락을 한 달 정도 깁스를 할 정도였다. 얼마나 삶이 팍팍했는지 알만하다. 시장바닥에서 청춘을 다 보내고 이제는 여든의 고개를 넘겼다. 편히 쉴 만도 한데 평생 해온 일이라 쉽게 손을 놓지 못한다. 어쩌면 북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더 손을 놓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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