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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을 기다리며
 
김수헌전 서라벌대학교 교수   기사입력  2018/08/30 [17:39]
▲ 김수헌전 서라벌대학교 교수    

보수정당에 지금처럼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경우는 드물었다. 앞서 DJ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권이 진보색채를 띠고 나라를 운영했지만 보수 정당은 여전히 건재했었다. 달라진 점이 있었다면 이전 보다 세력이 약화된 것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은 완전히 다르다. 겨우 숨만 쉴 정도다. 울산시의회 의원22명 가운데 5명이 자유한국당 소속이니 지난 5대 시의회 당시 민주노동당 수준이다. 돌이켜 보면 보수정당의 이런 몰락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총선ㆍ지방선거 때마다 불거져 나온 게 공천파동이고 경선결과에 불복한 `무소속 출마`였다. 그렇게 밑 둥지부터 썩기 시작했으니 강풍 한 번에 거목이 뿌리째 뽑힌 것이다.

 

울산의 맹주로 자처해오던 자유한국당이 지금처럼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전락한 연유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펼쳐진 상황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반성하는 사람도 없다. 책임과 반성을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현직 국회의원들이 다음 총선까지는 `갑`의 지위를 누릴 수 있고 혹시 문재인 정부의 정책실패로 말미암아 민심 변화가 있으면 다시 재기할 수 있다는 심리 때문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건 아닐까. 기회주의자란 말은 우리 사회에서 썩 바람직하게 통용되진 않는다.

 

경우에 따라 합리성과 타당성을 일부 갖춘 사람으로 치부될 수도 있으나 우리는 대개 자신의 이익만 따져 불리할 때 몸을 사리는 사람 정도로 이해한다. 기회주의자를 좀 더 폄하해 `미꾸라지`에 빗대기도 한다. 불리한 상황에서 미꾸라지처럼 이지저리 잘 빠져나간다는 비아양일 것이다. 때문에 특정인을 기회주의자, `미꾸라지`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극히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울산 언론들이 최근 자유한국당 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기회주의 내지 `미꾸라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각 국회의원 사무실이 발표하는 의정활동 보도 자료에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라는 표기가 종종 누락돼 있다. 물론 우연의 실수이거나 무의식에서 비롯된 하찮은 일로 치부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배 떨어지자 까마귀 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 소소한 일이 억측을 낳을 수도 있는 일이다. 혹자가 "자유한국당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당명이 부끄럽고 내세우기가 민망해 그런 행동을 한다"고 우기면 어쩔건가. 물론 모든 행동과 사물을 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서 생각의 차이가 상이할 수는 있을 것이다.

 

옛 말에 처녀가 임신을 해도 할 말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자유한국당 울산 출신 국회의원들께서는 많은 고민과 사정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볼 때 너무나 무책임하고 비겁한 모습들이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것을 보면서 하소연 한번 해보고자 한다. 일부 여론 조사기관에 의하면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정의당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당이 몰락의 위기에 처해있는데 최근 울산시당 위원장 선출에서 현역 의원들이 모두 "원외 위원장 중에서 중책을 맡으라"며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연 이에 박수를 보내야 할지, 야유를 보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판이다. 물론 원외 위원장이 중책을 맡아 민심을 다듬고 야당다운 야당을 재건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렵고 힘든 시기에 현역 국회의원들이 시당을 꾸려가는 게 더 합리적일수도 있다. 지금 당장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과 제 야당들이 당기구와 조직을 정비하며 2020년 총선에 대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도 현역의원이 시당 위원장을 맡아 시당과 지방의원들을 독려하고 총선 채비를 갖추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정부나 지자체에 원외 위원장보다 현역의원의 영향력 행사가 훨씬 우위란 사실도 빼 놓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정작 `버려야 할 자리`는 버리지 못하면서 시당 위원장이란 중책을 서로 내팽개치는 모습이다. 이런 식으로 이어지면 2020년 총선도 낭패를 맞을 개연성이 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침몰하는 울산 자유한국당호를 구출할 수 있는 정말 영웅다운 정치인은 없을까. `필생즉사 필사즉생`이라고 했다. "살고자하면 죽을 것이요. 죽으려고 하면(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 라는 오자병법에 나온 말처럼 이런 난세에 울산 보수를 되살릴 수 있는 른다운 어른, 영웅다운 영웅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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