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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필요조건 II
 
김상국 전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기사입력  2018/09/09 [17:52]
▲ 김상국전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필자의 10여년 대학 강단 경험으로 보면, 학생들이 가장 기피하는 과목 중의 하나가 통계학이다. 수강신청 시즌이 되면 가능한 이 과목을 피하려고 온갖 꼼수를 다 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하루도 숫자와 접하지 않고는 살지 못하는 시대에 살며, 숫자로 표현한 정보에 대해 막연한 맹신 풍조마저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은 매일 매시 우연성(偶然性)과 필연성(必然性)이 서로 얽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수레바퀴와 같다. 우연성이란 사건(event) 발생이 인과법칙에 영향을 받지 않고 무작위적인 확률로 나타남을 뜻하고 필연성이란 원인행위에 따라 반드시 예상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는 바로 이 수레바퀴가 지나가면서 우리에게 남긴 흔적이며,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일종의 사회경제적인 다빈치코드(Da Vinci Code)라고도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이 코드는 우리에게 있는 사실을 그대로 다 보여주지 않는 데에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내리는 거의 모든 판단과 결정에는 크고 작은 편향(bias)이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이를 최소화하는 가에 있다. 잘 알다시피 통계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잘 만들고 잘 활용하면 세상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힘이 될 뿐만 아니라 변화의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 통찰력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거나 곡학아세(曲學阿世)하면 세상을 오도하는 고장난 신호등이 될 수 있는 위험성도 그 만큼 크기 때문에 제대로 된 통계의 관리와 활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죽하면 빅토리아 여왕시대 총리를 지낸 영국 정치가 벤저민 디즈레일리(B. Disraeli)는 "세상에는 세 가지의  거짓말 즉, 그럴듯한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가 있다"며 통계오용의 위험성을 경고했을까? 통계학계에는 쓰레기를 투입하면 쓰레기 밖에 안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고 하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자료수집 단계에서부터 부실한 데이터가 투입되거나 이를 가공 처리하는 과정에서 엄격히 다뤄지지 않는다면 결코 정확한 통계가 생산될 수 없다는 말이다. 부정확한 통계를 기반으로 수립 추진되는 각종 정책은 결국 우리 국가와 사회 모두를 잘못된 길로 이끄는 엉터리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특히 상호간에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국제 교역 무대에서 그 나라의 통계가 신뢰를 얻지 못하면 그 만큼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으며 심지어 국익에 엄청난 해를 끼칠 수도 있다. 1999년도의 한일어업협정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어선통계 부실로 인해 일본과의 어업협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국내 수산업에 큰 피해를 초래한 것이 좋은 예이다.

 

 지난 9월 1일은 제24회 통계의 날이었다. 유엔(UN)에서도 매년 10월 20일을 세계통계의 날로 정해 놓고 있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등과 같은 고대국가들도 일찍이 통계의 중요성을 간파하여 체계적인 국가 통계망을 구축하여 부국강병에 힘쓴 결과 찬란한 문명을 꽃 피웠다. 통계는 단순히 숫자를 다루는 학문분야가 아니라, 우리 생활은 물론 국가경제와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요한 사회 인프라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오늘날 일국의 통계 경쟁력은 바로 그 나라의 힘을 잘 보여주는 디지털 국력으로 까지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막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현 시점에서 정부는 충분한 재정지원과 제도 완비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제표준의 국가통계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 아울러 대학과 각급 연구기관에서는 활발한 연구 분석 활동을 통해 의미있는 2차 통계량을 생산 제공함으로써 각 산업주체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 국민 개개인도 당당한 경제주체의 일원으로서 매일 쏟아지는 각종 통계치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여 사회변화에 잘 대처하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영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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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09 [17:5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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