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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9회 > 백수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8/09/09 [17:54]

할 일도 없고
불러주는 사람도 없어서
정말 심심했어요
시간을 죽인다는 것은 미칠이여서
빌빌대다가
강둑에 누웠는데요
서럽게 울고 가는 강물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순간 서러운 것은
나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등 뒤에 깔려 숨넘어가던 잔디들이
내 목을 껴안더니
누워있는 것은 넘어진 것이라며
바늘끝 같은 초록빛으로
내 맘을 모질게 찌르는 거예요
그까짓 거
빈손이면 어떠냐며

 


 

 

▲ 정성수 시인    

백수는 국가경제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행위를 한 달 이상 하는 자를 말한다. 시간이 남아돌아 빈둥대지만 주위 사람들의 생일을 모두 기억하고, 신문의 부고란 까지 정독한다.

 

동네 아줌마들에게 삭삭 하고 친할 뿐만 아니라 횡단보도에서 절대로 뛰지 않는다.

 

만원버스는 절대로 타지 않고 지하철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여 남보다 먼저 자리를 잡는다.

 

이런 백수에게는 조건이 있다. 12시간 이상 자는 날이 일주일에 두 번은 있어야 하고 친척이나 아는 사람이 용돈을 주면 괜찮아요, 됐어요. 따위의 인사치레 말 조차 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 모집광고를 자세히 보기는 하나 취업을 위해 찾아가지 않는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어려운 사람 돕겠다는 생각을 자주하면서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방에서 엎어졌다가 뒤집어진다.

 

백수와 거지와의 차이점은 구걸을 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서 대인관계가 좋아야 한다. 남는 것은 시간이요, 모자라는 것은 돈이다. 느는 것은 술이요, 주는 것은 체력이다.

 

빨라진 것은 눈치요, 느려진 것은 몸뚱이다. 열린 것은 입이요, 닫힌 것은 주머니다. 필요 없는 것은 달력과 시계요, 쓸모없는 것은 지갑이다. 잃는 것은 인생이요, 남은 것 또한 인생이다. 이토록 복잡한 백수!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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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09 [17:5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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