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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희망의 사다리를 없애나
 
이승진 이승진 동물병원 원장   기사입력  2018/09/12 [18:48]
▲ 이승진 이승진 동물병원 원장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본다. 비좁은 방 한쪽에 누워 있으면 어른들 몇몇이 짙은 담배연기 속에서 노름을 하다 다음날 새벽녘 겨울 찬바람에 윗목에 놓여 있는 물그릇이 얼 때 쯤 자리를 뜬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그들은 다시 변함없이 모인다. 이게 필자의 어릴 적 겨울 농한기 기억의 한 부분이다. 그러다 어느 때 쯤 부터인가 먹기에도 부족한 보리쌀을 매 끼니 마다 한 숟가락씩 모아 저축을 하기 시작했다.

 

또 마을 앞길을 닦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리어카로 흙과 돌을 실어 나르고 초가집 지붕을 슬레이트나 기와로 바꾸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이지만 가슴속으로 희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느껴보았다. 전자분야 개발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는 우리나라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한다. 국내유수의 인력을 선발해 개발을 맡겨도 일정 수준이상의 머리 아픈 개발은 하지 않으려한다는 것이다.

 

도전의식을 가지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희망을 실현하기보다 적당히 월급 받고, 적당히 즐기면서 살아가는 풍토가 이미 우리나라에 조성됐기 때문이란 것이다. 우리 기성세대가 너무 오만하지 않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자식들이 사회생활에 적응하면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 어려움을 겪고 성공하는 방법을 터득케 하기보다 힘든 부분은 아예 하지 말라고 함으로써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거세시키고 있지는 않는 지 돌이켜 봐야 한다. 자식을 자신의 뜻대로 만들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다해주는 능력 있는 부모로 자위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희망은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자식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 부모세대의 역할이라는 신념에 사로잡혀 어린 아이들이 힘든 운동을 못하게 한다든지  학생인권이라는 미명아래 학교에서 휴대폰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학업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 미래로 연결되는 `희망 사다리`를 없애고는 있는 건 아닌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혹은 사용자의 의무는 강요하면서 피고용인은 피해를 받는 계층이라는 단세포적인 논리로 사용자를 무시하고 권리만을 주장하게 해 그들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전제조건을 우리가 미리부터 없애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기성세대는 부모들이 어떻게 어렵고 힘든 일을 헤쳐 나가는지 지켜보았고 이후 자신들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어려움을 묵묵히 견뎌온 세대이다. 그런데 이런 체험적 교훈을 물려주기는커녕 우리 자식들은 편하게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들로부터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없애려 하고 있다. 게다가 국가의 복지시스템이 정착돼 그들이 더 이상 꿈꿀 필요가 없을 정도의 `먹이`를 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결국 그들을 `쥐를 잡을 필요가 없는 고양이`로 만들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때문에 거시적인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거세시키기보다 그들이 어릴 때부터 극기심을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새로운 교육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 우리가 단순히 먹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먹이를 찾아야 한다는 의지와 끈기를 기를 수 있도록 `낚시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된 근저에는 수천년 동안 내려온 근면 성실 DNA가 우리 몸에 배어 있가 때문이다.

 

지금 우리 기성세대는 이 DNA를 국가의 알량한 복지정책 때문에 더 이상 후세대들에게 전달하지 않으려하고 있다. 국가가 모든 것을 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복지정책은 올바르게 활용돼 혜택으로 돌아가는 부분이 있는 반면 그것에 중독돼 혜택만 받으려는 사람을 양산하는 역 기능도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는 현재 그나마 경제적 기반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복지 정책을 펼 수 있으나 앞으로 구조적인 불황이 지속되고 인구가 감소하는 어느 시점에선 그 한계에 직면할 수도 있다. 때문에 지금부터 후세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꿈을 꾸고, 노력과 인내심을 통해 희망으로 만드는 과정을 어릴 때부터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삶은 고단한 것이고 그것을 인정함으로써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현재를 인내할 수 있는 정신력을 키우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은 지금의 물질적인 복지가 아니라 희망을 갖고 노력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는 정신적 DN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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