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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인간
 
오나경 약사고 교사ㆍ서양화가   기사입력  2018/09/16 [18:38]
▲ 오나경 약사고 교사ㆍ서양화가     

부쩍 선선해진 밤공기에 새 계절이 실려 있다. 그간 교란됐던 생활이 제자리를 찾으리라는 기대에 가을바람이 반갑다. 길고 무덥던 올해 여름은 끝없는 무기력을 유발하고 필자의 에너지원인 독서생활 마저 앗아갔었다. 이제 다시 책을 읽을 것이다. 인간은 정신으로 산다. 정신이 지배하는 인간은 유희(homo ludens)와 일(homo laborans), 공부(homo kungfus) 이 세 가지를 함께 추구하고 누릴 때 균형 잡힌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필자의 경우에는 일, 공부, 유희를 한꺼번에 만족시키는 매우 효율적인 행복의 열쇠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책읽기`이다. 말하기와 글쓰기의 달인으로 불리는 어느 사회 저명인사도 이런 말을 했다. `책읽기를 소홀히 하고 교양과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은 우리 인생의 중요한 두 가지, 즉 아는 것의 기쁨 그리고 타인의 인정과 존중을 받는 즐거움 이 두 가지를 놓치는 것이다.` 안다는 것은 모르는 것보다 당연히 뿌듯하고 즐거운 일이다. 과학자들도 우리 인간의 뇌는 모르던 것을 깨달았을 때 다량의 엔돌핀이 나오게끔 설계되어 있어서 무지를 깨쳤을 때는 황홀경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사람들은 많이 알고 정확히 아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생활을 하며 타인에게 인정받고 존중받고 심지어 존경까지 받는다는 것은 정신으로 사는 우리 인간에게는 인생의 큰 기쁨이자 사회생활의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내가 좀 더 잘 살아내기 위해서이다. 운동은 몸을 단련시키지만  책읽기는 생각의 근육을 만든다. 좋은 운동으로 몸의 근육이 잘 만들어진다고 당장 유능한 운동선수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혹시 넘어져도 습득된 운동 신경으로 덜 다칠 수가 있고 부모님께 물려받은 신체보다 조금 더 건강히 자신의 몸을 지킬 수가 있다. 마찬가지로 생각의 근육이 잘 만들어지면 타고난 운명을 극복하기에 좋다. 출생은 나의 의지가 아니었으되 수많은 결정으로 이루어질 나의 삶은 내가 키운 생각의 근육이 가진 힘을 필요로 할 것이다.


창업 3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고 대박신화의 주인공이 된 기업가가 있다. 그는 유명한 독서광이기도 한데 자신의 성공비결 중 최고를 서슴없이 책읽기로 꼽았다. 10년 전만 해도 책과 거리가 멀었다는 그가 10년 사이에 독서광이 된 것이 제일 처음에는 `있어 보이려고` 였다 한다. 창업 당시 스타트업 대표들 대부분이 명문대 학력과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었고, 그 가운데 자신의 지적 이미지가 너무 약해보여서 시작한 독서라고 했다. 창의성만으로 부족해서 지적 열등감을 보완하기 위해 시작한 독서가 사실은 이후 창의성의 원천이 되었고 10년 사이에 진짜 독서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 책을 섭렵하다보니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고 그런 내용을 직접 내 삶에 적용하고 응용하다보니 때때로 기대 이상과 의외의 성과를 보게 되더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 중에 다양한 장르의 책을 함께 읽다보니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책끼리 이야기를 나누는데 굉장히 흥미롭고 도움이 많이 되더라는 내용은 필자도 우리 독자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다. 책읽기를 이야기하자면 또 저명한 독서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권장하는 중요한 내용 하나를 강조하게 된다. `고전`읽기를 간과하지 말라는 것이다. 고전을 읽으면 흔히 수백 수천 년을 통해 고증된 인생의 정답을 미리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카프카는 `책은 우리 안의 꽁꽁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보통 고전과 도끼 같은 책의 특징이 두껍고 지루한 내용에다 졸음을 유발하니 웃지 못 할 일이라 도전을 하지만, 어려운 책을 바로 읽으면 흥미를 거두게 되거나 체할 수가 있다. 이런 책읽기에는 필살기가 있다. 바로 중고생을 위한 해설서, 또는 초등학생용 만화 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 같이 읽기 힘든 책도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으로 출간되어 있다. 혹자는 본서 읽기 전에 편견이 유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겠지만 편견이라도 갖는 게 안 읽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것이 독서가들의 지론이다.


필자의 오래 전 책읽기 중에도 만화를 통해 숲을 먼저 구경한 사례가 더러 있다. 특히 등장인물과 에피소드가 줄줄이 얽혀 있는 책은 내용이 정리가 안 될 때가 있었다. 그럴 때 일단 초등학생용 또는 성인을 위한 만화로 구성한 것을 중간에 보고 본서를 다시 읽곤 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그랬고, 삼국지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삼국지는 10대부터 읽었지만 작은 활자와 복잡한 내용으로 끝까지 읽어도 이 나무 저나무 정리가 어렵던 차, 30대 초반에 요코야마 마스테루가 저술한 60권짜리 만화 `전략삼국지`를 통해 뒤늦게 숲을 관망할 수 있었다.

 

OECD 국가 국민 중 매일 책 읽는 사람이 가장 적은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종이책 독서율과 독서량은 OECD 국가 중 평균을 밑돌며 공공도서관 이용자 비율도 북유럽 국가의 절반이 안 되고 월평균 서적 구입비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종이책에 담긴 인류의 생각과 역사,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호모 사피엔스의 집단지성의 발원지인 종이책을 이대로 정녕 외면할 것인가. 바쁘다는 핑계로 책읽기는 거부하고 전 세대가 하루에 3시간 이상을 스마트폰에 바치며 하루에 한 시간 이상 SNS를 한다는 통계를 접하며 이 가을에는 다 같이 호모부커스 (homo bookus - 책 읽는 인간)가 되자고 안타까운 희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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