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송의 힐링愛 성찰愛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제93회>아들과 제비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8/09/18 [17:45]
▲ 하송 시인    

얼마 전 아들이 일본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취업 공부를 했던 아들이 합격을 하고나서 친구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을 구석진 방과 독서실에서 보낸 아들이 안쓰러워서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발령 전에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기를 권했지만 일본을 선택했습니다. 음식이 맛있고 거리도 가까워서라고 했지만, 부모로부터 여행 경비를 받아서 가는 입장에서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일본에 도착한 아들은 SNS를 통하여 수시로 구경한 장소와 음식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타국에 있지만 여행 동선이 파악되어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런데 귀국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강한 태풍이 일본을 향하여 북상중이라는 뉴스가 발표됐습니다.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제21호 태풍 `제비`가 강도 `매우 강함`을 유지한 상태로 일본에 4일 상륙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열도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아들이 머물고 있는 오사카로 `제비`가 관통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커져가는 걱정과 함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들한테 태풍 관련 뉴스를 캡처해서 보내자, 그렇잖아도 지금 비가 많이 내린다며 오늘 유니버설 스튜디오 가는 일정인데 운행이 중지돼서 못 가게 됐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그곳은 다음에 가도 되니까 몸조심하라고 이르고, 계속해서 뉴스에 신경을 곤두서며 가슴을 졸이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인터넷에 `제비` 관련해서 피해 속보가 이어졌습니다.

 

그 아래에, `일본을 다 쓸어버리면 좋겠다.` 로 시작해서 일본을 향한 악담이 수도 없이 댓글로 달렸습니다. 그동안은 그런 글을 보면 별로 신경 쓰지 않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일본에 있으니 상황이 달랐습니다. 댓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가슴이 아리고 아픈지, 마치 그 사람들이 아들을 향해서 칼이나 총을 겨누며 달려드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알뜰하게 계획을 세워서 자유여행으로 간 여행이라서 더욱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들과 친구는 태풍이 상륙하는 동안, 호텔 안에 머물면서 안전수칙을 지켜서 직접적인 피해는 면했습니다. 그런데 다리가 끊어지는 한 편 간사이공항까지 침수가 되는 바람에 비행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공항에 5,000명이 고립되어 있다고 방송에 나오고 우리나라 포털 실시간 검색 순위에 `간사이공항`이 1위까지 올랐습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지 못하는 것에 아쉬워했던 아들은 편의점에 물건도 동나고 공항이 폐쇄되어서 일단은 오사카를 탈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재난 영화에서 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신칸센 표 구입하느라 비바람 속에서 몇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신칸센을 타고 후쿠오카로 갔지만 한국행 탑승객이 밀려있어서 며칠 뒤의 비행기 표를 겨우 예매했다고 했습니다. 한동안 연락이 없어서 잘 지내냐고 했더니 후쿠오카의 한적한 공원 사진과 함께 잘 지내고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고물가의 일본에서 예정에 없이 며칠을 더 체류하게 되자 최대로 절약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항공편 부족으로 일본에 발이 묶여 고생한다는 속보가 발표되자 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먹고 살만하니까 해외를 갔으니까 그런 고생은 해봐야 한다.` `태풍이 오는데도 기어코 자기 발로 갔으니까 벌을 받아도 싸다.` `그렇게 좋아서 갔으니 한국 오지 말고 거기 살아라.`등 가슴 졸이던 며칠이 지나고 아들은 친구와 함께 무사히 일본에서 돌아왔습니다.  온몸으로 처음 겪은 천재지변 앞에서 적잖이 놀란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소중함과 가족의 소중함도 느낀 듯합니다. 제21호 태풍 `제비`로 인하여 일본이 너무 피해가 커서 앞으로 태풍 이름에서 제명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는 항상 가슴속 깊이에 간직하며 되새겨야 할 단어입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관광을 간 사람들이 내 부모, 내 형제, 내 동생이라면 그런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을까? 일본사람이나 일본에 관광을 갔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인 적대 감정이 담긴 악담을 소나기처럼 맞아야 하는 것인가? 좀 더 성숙한 마음가짐의 필요성이 크게 느껴집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8/09/18 [17:45]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