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고등학교의 북구 송정지구 이전 계획이 `산 넘어 산`이다. 중구 주민 절대 다수가 이전을 반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역시 송정지구로의 이전을 신청했다가 울산시 교육청에 의해 승인이 보류된 세인고가 울산고 이전 승인절차에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시교육청은 울산고의 송정지구 이전 승인을 한 차례 유보했으나 지난 11일 최종 승인하나 바 있다. 울산시 중구는 울산고등학교의 북구 송정지구 이전과 관련해 주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구민 96% 이상이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고 18일 밝혔다.

울산시 교육청이 울산고의 북구 송정지구 이전을 승인한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중구민 4천 280명을 대상으로 전화 또는 대면으로 의견을 문의한 결과 응답자 3천 583명 중 전체 96.59%인 3천 461명이 `반대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한편 `잘 모르겠다`는 기권 의견은 64명으로 1.79%였고 `찬성한다`는 의견은 전체 1.62%인 58명에 불과해 응답자 대부분이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동별로는 13개 동 가운데 학성동과 다운동, 중앙동, 병영1ㆍ2동, 약사동, 반구2동 등 7개 동에서 전체 2천 133명의 응답자 모두가 100% `반대`했다. 중구는 이번 여론조사를 근거로 이후 전 구민 대상 여론조사를 벌이는 한편, 울산고의 중구 지역 내 이전을 위한 혁신도시 클러스터 부지와 개발제한구역 등 대체 부지를 물색할 계획이다.

혁신도시 클러스터 부지의 경우 당초 이전 공공기관과 기업 등을 유치하기 위한 용도로 현재 분양공고를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혁신도시발전계획 수립 용역이 완료되는 오는 10월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분양 공고에 나서면 울산시와 국토교통부 등과의 협의를 통해 학교부지로 변경을 건의할 계획이다. 또 지역 내 개발제한구역도 학교부지로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울산시와 국토교통부의 심의를 거쳐 변경이 가능하도록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현재 주민 자율로 진행되고 있는 울산고등학교 이전 반대를 위한 서명결과를 시 교육청과 울산고 재단 측에 전달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한편 이날 울산고와 함께 북구 송정지구 이전을 신청했던 세인고가 울산고 이전 절차 과정의 공정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세인고 학교법인인 울산학원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울산중학교 공립화 과정에서 울산고를 송정지구로 이전 되도록 울산고 재단인 창강학원과 이미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이 주장은 울산중을 공립화하는 대신 울산고를 북구 송정으로 옮겨 재단이 손실을 본 만큼 인센티브를 제공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이 부분과 관련해 중구지역에서 청강학원에 대한 비판 여론도 나온다. 현 울산고 부지를 매각하고 송정지구로 이전할 경우 막대한 차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재단 측이 이를 노려 지역 여론 수렴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전을 강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주민 A씨는 "사학 재단이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절차도 없이 학교를 함부로 옮기는 것도 모자라 막대한 시세차익까지 노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1954년 4월 개교한 울산고등학교는 현재 전교생 812명 가운데 중구에 거주하는 학생이 796명이고, 출신중학교도 남외중, 무룡중, 성안중과 울산중, 유곡중과 제일중 등 중구 지역이 대부분인 상태다.  정종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