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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살이 돋을 때까지
 
박정관 굿뉴스 울산 편집장   기사입력  2018/09/19 [19:42]
▲ 박정관 굿뉴스 울산 편집장    

발행인과 신문사 사무실에 딸린 부엌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팔팔 끓는 물에 비빔면을 넣고 3분정도 기다린 후 면을 재빨리 건져낸다. 그리고 곧바로 소쿠리에 담긴 면발이 불기 전 두어 번 물에 헹군다. 그 후 면발에 양념장을 발라 이리저리 치댄다. 여기까지는 일사천리로 좋았다. 그런데 아뿔사! 실수를 하고 말았다. 여러 가지 야채를 함께 넣으면 맛이 더 좋다는 레시피를 충실히 이행하다 한 순간 손톱 끝부분을 같이 썰어버렸다. 혈관을 건드려 피가 고이기 시작했지만 비빔면을 먼저 먹도록 차려 내놓고, 나는 일회용 밴드로 바로 지혈을 했다.

 

그러나 밴드 두 개로도 지혈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루 이틀 추이를 지켜보았지만 상처가 곪아 전이될까봐 할 수 없이 병원을 찾아갔다. 병원 로비는 환자들로 붐비고 대기자들이 많아 한 시간 가량 기다렸다. 겨우 차례가 돌아와 정형외과 의사와 마주 앉았다. 의사는 밴드를 벗긴 후 상처 부위를 보더니 "큰 상처가 아니라 다행이지만 이 부분은 지혈이 잘 되지 않아 새살이 돋을 때까지 보름정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진료비를 납부한 후 순서를 기다렸다가 처치실에서 소독을 하고 의료용 반창고를 덧대는 치료를 받았다. 방금 소독한 부위에서 욱신욱신 통증이 전해져 왔다. 병원 앞 약국에서 처방전을 접수하고 그 처방대로 며칠 치 약을 받아왔다. 아직 무더위가 남은 여름 끝에 물에 손을 담글 수 없어 세수할 때 조심조심했다.

 

다친 왼손 검지를 보호하며 생활하자니 불편한 것이 많았다. 노트북 자판을 치는 것부터 운전할 때 핸들에 닿을까 싶어 조심하는 등 여러모로 신경 쓰였다. 그 후 병원 진료를 두 차례 더 받으며 상처부위를 소독하며 의료용 반창고를 다시 갈았다. 샤워할 때는 일회용 투명장갑을 착용하고 손목에 투명테이프로 둘러 방수장치를 끝내고 겨우 일을 볼 수 있었다. 머리 감을 때도 한 손을 쓰자니 평소보다 더 신경 쓰였다. 사지육신이 멀쩡하여 생각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의사의 말대로 보름정도 시간이 지나자 새 살이 돋아 올랐다. 새살이 돋아 오르자 자연스레 혈관을 덮어 피가 나지 않았고, 차츰 돋아나는 새 살 때문에 물에 닿아도 감염증세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새 살이 돋을 때까지`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고 생각해두었다. 그 계획대로 지금 노트북 타이핑을 하면서 다쳤던 왼손 검지를 내려다본다. 아직 손톱이 더 자라나려면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다.

 

그래도 새살로 덮인 상처는 다 아물었다. 이렇듯 우리 몸에는 자생력이 감추어져 있다. 일생동안 우리 몸의 세포는 성장과 소멸을 반복한다. 손톱이 자라나고, 머리카락이 자라며, 새 살이 돋는 동안 여름이 지나갔다. 지난여름의 무더위가 얼마나 심했던지 한 10년치 여름을 한꺼번에 겪은 느낌이다. 그러나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은 이제 우리 곁의 동반자로 가을을 데려와 인사를 시켜준다. 삶이란 그렇다. 당시에는 감당하기 힘들어 절규하고, `이 고통이 언제 끝나려나` 하는 통증도 시간이 지나면 상처에 새 살이 돋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자생력은 본디 하늘에서 부여한 은총이기에 우리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심정으로 하루하루 유의미한 발자취를 기록한다면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렸던 자는 풍성한 결실로 소출을 거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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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19 [19:4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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