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말기인 친구가 찾아왔다 술 한 잔 사주겠다며
두 손을 저어 사양했더니 버럭 화를 낸다
친구 앞에는 물잔을 놓고 내 앞에는 술잔을 놓고
우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친구가 입을 열었다 -나는 간다. 너는 천천히 와라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밤새 내내 물잔과 술잔이 이마를 마주대고 있는 동안
물잔에는 눈물이 가득하고 술잔에는 이별이 아득하고
이별은 슬픔과 눈물로 범벅된 말이다. 살아 있는 사람끼리 헤어지는 생이별生離別과 한쪽은 죽고 한쪽만 살아남아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별死別로 구분하여 생리사별生離死別이라고 한다.
보통 이별이라 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헤어지는 생이별을 가리킨다.
생이별이나 사별이나 `정情`과 `한恨`의 분기점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과거의 `정`이 미래의 `한`으로 바뀌면서 뉘우침과 억울함과 애달픔이 그리움과 회한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별`을 뜻하는 다른 말에는 전별餞別ㆍ송별送別ㆍ몌별袂別ㆍ전송餞送이 있다.
이 낱말들은 이별이라는 뜻보다 이별하기 위하여 잔치를 베푼다거나, 남아 있는 사람이 떠나가는 사람과 헤어진다는 측면이 강하다.
요즘 미혼남녀의 이별 통보는 카톡이나 문자가 대세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최악의 이별 통보는 `아무 말 없이 잠수를 타거나 연락두절이라니 격세지감이다. 이별 통보에 울고불고 매달리던 시대는 갔다. 아름다운 이별, 좋은 이별, 쿨Cool한 이별은 없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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