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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클럽
 
이혜민 시인   기사입력  2018/10/16 [14:58]

스키니 양복바지 입은 깡마른 나무들
일렬종대로 서서 구십 도로 허리 굽혔지
햇살이 조명처럼 팽팽 돌았어
범나비 옷 걸쳐 입은 내 날개가 들썩이며 벌렁거렸지
어느 꽃밭으로 날아갈까
집 밖이 처음이라고 다소곳이 고개 숙였던 목련이
앞섶이 반쯤 풀어졌네
날 때부터 얼굴에 주근깨 덕지 뭍은 진달래
얼굴빛 빨갛도록 마셔 냈나 봐
흙수저가 어떻고 금수저가 어떻고
구석쟁이 쿡 박혀 보일 듯 말 듯 한 민들레, 벚꽃, 개나리들
여기저기 제 목소리에 취해 눈이 풀렸어
세상이 어찌 돌아가려는지 이른 시간인데
물 좋은 날이라며 부킹 백프로라며 미끈한 바람
내 날갯죽지 은근슬쩍 잡아끌었지
시선 둘 곳 찾지 못하고 눈알만 뱅글거리다
날개 한번 기지개 켰을 뿐인데
죽지에 눈동자처럼 달라붙은 꽃가루
너무 무거워 날갯짓도 못 했지
너도 피고 나도 피고 꽃들
뛸 준비 되었다고 한꺼번에 들고 일어나
엉덩이만 실룩샐룩 댔지

 


 

 

▲ 이혜민 시인    

집 앞 광장에 퐁퐁나이트가 있다.
오래전 호기심에 갔었다.
고막 찢는 음악에 붉은 조명들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었다.
요즘 온난화로 봄꽃들도 시차를 잊어 버렸다.
모든 꽃이 한꺼번에 피어나는 현상이
나이트클럽 광경과 흡사해 보였다.
어쩌면 재미보다는 안타까움이 컸다.
부킹 왔을 때 두 번 이상 거절하자 언쟁이 벌어졌다.
춤도 못 추면서 뭐하러 기어 나왔냐고
집구석에서 밥이나 해 처먹지....
중얼대는 웨이터 말이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꽃들도 한꺼번에 흔들어대는.

고고춤 타임에 맞춰 피어났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음악을 고르고 틀어 주듯
꽃들을 봄동산에 내 보내는 이도 존재할 것 같은.

퐁퐁 나이트와 봄동산이 닮아있다.
언젠가는 늙어 문전에서 출입 금지되듯
꽃들도 봄 동산에 출입 금지되면 어쩌나, 저 봄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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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16 [14:5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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