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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위험의 현재화를 앞당기는 인구절벽
 
김상국 전 농협은행 울산본부장/경제학 박사   기사입력  2018/10/30 [17:43]
▲ 김상국 전 농협은행 울산본부장/경제학 박사    

매년 짧은 연휴와 교통체증으로 허둥지둥 다녀오기 일쑤였던 지난날의 귀성길과 달리 퇴직 후 처음 맞은 이번 추석은 모처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있게 다녀왔다. 그 동안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어릴 적 동무는 물론 가까이 살던 이웃, 친지 한번 제대로 만나 뵙지 못한 것 같아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동네 산책에 나선 길은 나를 40여년 전으로 데려다 주었다. 낯익은 골목길을 접어드니 코흘리개 개구쟁이 시절, 어스름 저녁이 다되도록 친구들과 뛰어놀던 모습들이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간다.

 

그러나 추억도 잠간, 정작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은 잡초 무성한 마당에 방치된 채 인적 끊긴 빈집과 마치 공장에서 조립한 듯이 정형화된 공동주택들이 입주자도 다 채우지 못한 채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고 그나마 불 켜진 몇몇 집에는 고고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에서 가장 빠른 노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다. 2018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14.3%를 차지하여 이미 UN에서 정한 고령사회(aged society)에 진입하였고, 50년 후에는 열에 넷이 넘는 세계 최고의 노인국가가 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2분기에는 합계 출산율이 0.97로 떨어져 가임여성 1인당 출산아 수가 세계에서 유일한 1명 이하의 나라가 되었다.

 

만약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 된다면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적어도 산술적으로는 2136년에 5천만 인구가 1천만 명으로 감소하고 700년쯤 뒤에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국민마저 사라질 수도 있다. 내 고향 경주는 전형적인 농업지역인 동시에 세계적으로 알려진 관광도시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대의 공업도시인 울산에 인접해 많은 협력업체들이 생산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배후 공업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곳도 올해 소멸위험이 큰 11개 시군에 새로 편입되어 이대로 두면 몇 년 지나지 않아 인구부족으로 시(市)로서의 위상을 잃게 될지 모른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도청 소재지나 산업도시, 광역 대도시 할 것 없이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최근 들어 인구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울산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특히, 주력산업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베이비부머들의 퇴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그 여파는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도 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예측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7년 5,200만 명을 정점으로 2028년 이후부터는 감소하기 시작한다. 일국의 경제는 인구수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기에 인구 감소는 국가의 미래에 가장 큰 재앙이다.

 

그중에서도 생산가능 인구는 줄고 재정부하(財政負荷)가 큰 노령인구가 증가하는 패턴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일할 힘이 없는 노인`과 `일할 곳이 없는 젊은이`의 증가는 국가경제의 성장잠재율을 심각하게 손상하기 때문이다. 지금이 인구절벽에 따른 미래위험의 현재화를 저지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확산일로에 있는 비혼(非婚)과 출산기피 풍조가 얼마나 위험한 선택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어려운 여건에서도 힘들게 결혼하고 출산하는 젊은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각적인 대책마련도 결코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특히, 농어촌지역의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무책임한 방치와 무분별한 난개발로 지역 고유의 모습을 잃어가는 우리 농어촌을 재정비하여 젊은이들이 안심하고 들어와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주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지역특유의 어메니티(amenity) 자원을 창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와 지원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예로부터 우리는 한 동네 자녀들을 내 아이, 네 아이 가리지 않고 끼니도 나누고 함께 돌보던 품앗이 육아의 전통을 갖고 있다.

 

그 덕분에 힘들고 가난한 시절을 겪고도 자식들을 오늘과 같은 산업화의 역군으로 훌륭히 키워냈다. 사상초유의 인구절벽 위기에 직면한 지금, 이제 다시 공동체 정신을 발휘할 때가 되었다.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을 모두 친자식처럼 여기고 힘든 세상살이 열심히 살아가도록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응원하자. 또 그 자녀들이 모두 내 손주처럼 안전하고 착하게 자랄 수 있도록 부끄럽지 않고 좋은 어른의 본을 보이자. 끝으로 얼마 전 건강한 둘째를 순산한 고향 친구의 아들 부부에게 이 시대의 어른들을 대신하여 새삼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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