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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한국만의 강력한 무기는 `그룹경영`(1)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기사입력  2018/10/31 [17:40]
▲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경영자원에는 한계가 있고 또 프로젝트 참여 등 의사결정에는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안 할 수 없습니다. 특히 후발주자, 경쟁력 약자는 상대적으로 자기가 강점이 있는 분야 또는 상대방의 약점부분을 선택하여 거기에 모든 자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강자와의 전면전은 백전백패입니다.

 

글로벌 경쟁을 세계시장에서의 기업 간 전쟁이라고 한다면, 일반전쟁 이론과 마찬가지로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술적 측면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최소한 상대방의 약한 고리, 상대적으로 경계심을 놓고 방심하고 있는 곳을 찾아 그곳을 공격지점으로 선정한 다음, 나만의 무기 또는 내가 상대적으로 전력이 강한 무기체계를 총동원하여 집중 공격 또는 방어해야 하는 것입니다.

 

삼성이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진출할 때 세계시장은 미국의 마이크론과 일본의 도시바ㆍ히다치ㆍ샤프 등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상태였습니다. 이미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여 수요자, 즉 바이어 주도 시장이었습니다. 1라인 건설에 1조원 이상 투자되는 자본집약적인 데다가 제품의 수명이 매우 짧은 대표적 기술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기술과 전문인력 등 아무런 기반이 없는 한국의 삼성이 새로이 여기에 진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병철 회장은 전격적으로 예상과 상식을 깨고 1983년 2월7일 아침 6시30분 일본 도쿄 오쿠라 호텔 505호실에서 당시 홍진기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삼성이 반도체와 컴퓨터 사업에 진출한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식 발표케 했습니다. 그 후 업계 예상대로 삼성그룹 전체가 2번에 걸쳐 부도에 직면하는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삼성이 온힘을 다하여 업계의 예상보다 빨리 64k드램 개발에 성공하여 수출을 시작하자 기존업체들이 경계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삼성 죽이기에 돌입했습니다. 마이크 론이 지금까지 3달러 하던 64k드램을 절반수준인 1.8달러로 덤핑했고, 뒤이어 일본 도시바 등도 0.3달러로 종전가격의 10의 1이라는 대폭적인 덤핑을 치고 나왔습니다.

 

 

삼성은 원가 이하인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0.2달러로 출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몇 개월 사이에 무려 1300억원의 손해를 봐야 했고, 2번째 라인을 건설하여 256k드램을 생산하면서 3년 연속 수천억원 적자를 봤습니다. 이런 위기에서 삼성은 삼성전자 1개 회사 차원이 아닌, 전 그룹 차원의 반도체 총력지원 태세로 돌입했습니다.

 

삼성생명, 삼성통신, 제일제당, 제일모직 등 모든 회사의 자금을 총동원했습니다. 자기자금뿐 아니라 그룹 각사가 은행대출 가능한도만큼 전부 융자받아 반도체에 전액 투입했습니다. 그룹이 아니었다면 반도체 사업은 불가능했습니다. 만약 지금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이런 무모한(현재 시각에서 본다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자기자금뿐 아니라 은행대출금 등 타인자금까지 차입하면서 법인격이 다른 삼성전자에 자금대여를 할 수 있나요. 만약 하였다면 집단소송을 당하거나 배임 등 형사문제까지 되지 않았을까요.

 

그룹이라는, 다른 나라 기업이 가지지 않은 삼성만의 강력한무기를 가지고 위기를 모면하였던 것입니다. 현대의 자동차, 조선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그룹이 있어 가능했던 것입니다. 포스코의 철강은 한국정부가 지급보증해서 자금조달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항제철은 국가가 만든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과거 IMF 외환위기 이전에는 그룹경영체제라는, 다른나라 기업에는 없는 우리만의 강력한 무기가 있었습니다.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이미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기득권자인 거대 다국적기업 등과 싸워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분명한 것은 시장지배자인 다국적기업과 똑같은 방법, 똑같은 무기를 가지고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지금까지 기득권자가 해온 논리와 방법입니다. 즉, 강자의 논리입니다. 따라서 글로벌 스탠더드로만 한다면 후발, 새로운 세계시장 참여자, 즉 팔로워는 영원히 기득권자를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경쟁력의 필요조건일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α`가 있어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만의 한국적 경영모델을 하루빨리 모색할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그룹제도라고 다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중국 장쩌민 주석이 한국을 방문한 다음 귀국 후 첫번째로 지시한 것이 "한국의 그룹제도를 연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의 주요 국영기업이 `~집단`이라고 되어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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