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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학급의 가을 놀이
 
조소영 다전초 교사   기사입력  2018/11/06 [19:34]
▲ 조소영 다전초 교사    

가을날 소박한 학급의 아이들은 정말 신나는 한 주를 보냈다. 책가방 없이 등교하는 꿈끼 주간을 일주일 보낸 것이다. 그 간 스포츠 리그전도 하고 식생활 네트워크에서 주관하시는 영양 및 요리 실습도 하고, 학급 창의 활동도 하고, 사회과 연계하여 벼룩시장도 열었다. 꿈과 같이 지나갔다고 아이들이 표현한다. `다전 차차차 꿈끼 주간`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 가을 소풍이다.

 

요즘엔 현장 학습이라는 용어로 쓰는데 서류에는 그렇게 써서 예산도 세우고, 계획도 세우고, 안전교육 계획도 세우지만 아이들에게 말할 때는 `소풍가자`라고 말한다. `소풍`은 소박한 교사에게도 정겹고 기대되는 어린 시절의 추억 같은 용어이다. 스포츠 리그전을 준비하면서 소박한 학급의 학생들은 단체 줄넘기 연습을 하였다. 반 전체가 한 번에 들어가 뛰어야 한다는 규정으로 고전을 겪었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한 개를 넘지 못하는 것이다. 즐겁게 시작한 연습은 한 시간이 지나자 자꾸 걸리는 친구를 원망하여 분위기가 힘들어 졌다. 포기하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이럴 때 교사의 역할, 목표를 낮추어 성취감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한 개 넘기`로 목표를 수정하고 다시 연습을 했다. 그리고도 20분이 지났다. 이어 정말 짜릿한 순간을 경험하게 되었다. 다른 반이 보면 비웃을 목표인데 우리는 그 것을 해내고 서로 끌어안고 기뻐했다. 소박한 교사도 드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 입에서 `할 수 있다고 말해주세요.`라는 가사를 가진 노래가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는데 누군가 시작하고 아이들이 함께 부르면서 단체 줄넘기를 넘는데 한 번을 `후욱` 하고 넘겼다. 아이들의 맑은 노래 소리를 들으니 소박한 교사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딱 거기까지 한 개를 넘고 함께 즐겁게 사탕도 나누어 먹고 모험담처럼 한 개가 딱 넘어 갔을 때의 기분을 공유했다. 소박한 교사는 `우승하자` 라고 안하길 너무 잘했다고 생각했다. `포기하고 싶었는데 끝까지 하길 잘했어요. 한 개가 넘어가는데 뭔지 모르는 느낌이 막 들었어요.`라고 아이들이 이야기를 한다. 오늘도 우리는 `이기는 법`이 아닌 `해내는 법`을 배운다. 기적 같은 일이 벌어 졌다.

 

스포츠 리그전 당일 선생님들의 협의에 의해 인원이 너무 많아 2팀으로 나누어 단체 줄넘기를 하고 그 수를 보태자고 규정이 조정되었다. 반 전체가 그리 열심히 연습을 했으니 이제 절반으로 팀을 나누어 줄넘기 넘는 것은 너무 쉬워졌는지 소박한 학급의 수퍼 학생들이 우승을 해 버렸다. 한 개를 넘던 아이들이 조건이 쉽게 조정되니 16개나 뛰어 버린 것이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이런 순리적인 과정을 거쳐서 성취감과 함께 이루길 간절하게 바래본다. 어른들이 한 번에 우승하라고 하지 않는다면 해 내는 방법을 스스로 익힐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으로 아이들이 마냥 기특하였다.


마지막 날 소풍을 갔다. 차멀미가 있는 소박한 교사는 멀미하는 친구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 어린 시절 구토로 소풍 내내 주눅이 든 적이 있었으므로 소풍가기 전부터 선생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전체 아이들이 멀미하는 친구들을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비닐봉지와 물티슈를 가까이 준비하고 친구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스스로 잘 처리하면 된다고 말해 주었다. 멀미약도 꼭 먹고 오라고 당부하고 자리도 앞자리로 조정해 주었다. 소박한 교사는 완벽하다 믿었는데 시내 주행으로 급정거가 있자 한 번도 멀미를 한 적이 없는 친구 2명이 멀미를 했다.

 

그 친구들은 미리 대비를 못했으므로 자동차에 구토를 하게 되었는데 다행히 곧 도착하였다. 안전하게 정차한 후에 아이를 먼저 닦고, 그 아이의 물건과 옷을 정리해 주고 그리고 바닥을 닦았다. 너무 급하여 맨손으로 휴지를 가지고 닦아 치우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선생님의 옷과 가방을 챙겨 준다. 그리고 속이 편치 않는 친구를 챙긴다. 수술할 때 소독한 손 모양을 하고 버스를 내려 아이들을 정리 시키고 이동하면서 그 손으로 아이들을 만질 수 없어 눈을 찡긋하니 아이들이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는다. 소박한 교사는 맨손으로도 아이들의 실수를 해결하게 된 스스로의 성숙함이 마음에 든다.

 

그런 선생님을 배려하여 옷과 가방을 잠시 들어 주는 아이들이 좋다. 멀미 후에도 주눅 들지 않고 유쾌한 소풍을 즐기는 두 아이가 이쁘다. 아무도 잠시의 불쾌한 냄새나 상황을 불평하지 않는 배려가 기특하다. 그리고 손을 씻을 수 있는 화장실을 찾아 알려주는 아이들의 마음이 고맙다. 아이들은 그 날의 즐거운 동물원과 뛰어 논 것, 친구들과의 점심 도시락을 기억할 것이다. 소박한 교사는 아이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기억할 것 같다. 늘 회복력이 있어 즐거움을 만드는 아이들이 좋다.

 

처음은 어수선했어도 아름답게 다시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배운다. 나는 나의 시련에 대한 이런 유쾌한 태도를 가졌던가? 의지 굳게 시작한 일의 초반의 실패를 아이들처럼 회복 했던가 라고 반성한다. 소박한 교사는 올해 새로운 도전을 많이 했는데 실패를 했다. 아이들에게는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어른인 나는 빠른 회복력을 가지지 못한 것이 부끄럽다. 어느 드라마에서처럼 얼굴을 가렸다가 펼치면서 `극복!`이라 외쳐야 겠다. 아이들처럼. 그 들이 사는 세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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