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바코로드 시 마스카라 (MASSKARA)축제
1980년 사탕수수 선박 침몰로 수백명 익사…`웃음 잃은 도시` 전락
`이 대로 안 된다. 웃고 있는 탈을 쓰고 축제를 하자` 전 시민 호응
 
정종식 기자
 
▲ 지난달 26일 바코로드 시 넥손가에서 거행된 마스카라 탈춤 모습.     © 편집부

 

본지 정종식 기자가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울산 중구 마두희 축제 추진위원회(위원장 박문태 중구문화원장)의 일원으로 필리핀 바코로드 市를 찾아 마스카라(MASSKARA) 축제를 취재했다.
마두희 축제추진 위원회는 바코로드 시 당국으로부터 마스카라 축제에 공식 초청받았었다. 마스카라 축제 탈춤 팀은 지난 2006년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벌에 참여했고 당시 참여했던 35개국을 중심으로 조직된 국제탈춤예술 연맹(IMACO)의 일원으로 현재 한국-필리핀 문화교류에 기여하고 있다.

 

▲ 필리핀 바코로드 시 네오나르디아 시장과 울산 중구 박문태 문화원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 편집부

 

 

 

 

▲크리스티나 특보                                                                 ▲조정민 사장    

 

그들은 몸과 정신으로 춤을 춘다. 스페인 지배 330년에다 미국 통치 50년을 거쳤고 일본에 4년 동안 점령당했지만 그들의 춤엔 그런 흔적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다. 웃음을 띤 커다란 탈을 쓰고 앞으로 내 닫는 모습에서 오히려 그들 선조들의 삶을 떠 올릴 수 있다. 원시 옛 부족의 모습일부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필리핀 바코로드 市 마스카라 축제는 외부의 충격을 스스로 흡수하는 형태를 취한다. 외세의 오랜 지배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이런 방법을 통해서였을 것이다. 슬픔과 고난을 그대로 나타내기보다 다이내믹한 음악에 맞춰 재빨리 발을 움직이고 머리를 굽혔다 쳐들어 역경을 떨치고 스스로 삶을 밝게 비추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게 바로 마스카라 축제의 진수다.


마스카라 축제를 통해 거기 사는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필리핀 마닐라와 우리에게 관광지로 잘 알려진 세부 중간지점에 위치한 바코로드는 두 도시와 달리 아직도 주민들이 순수하고 친절하다. 한마디로 아직 `외부의 때`가 묻지 않은 곳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만큼 지역의 특성과 주민 삶의 근원이 대체로 보전돼 있다.


도시 한쪽에 자리 잡은 대형마트는 그 규모가 울산의 백화점 보다 훨씬 더 더 크다. 반면 우리의 70년대 초반을 연상케 하는 거리에는 가난하지만 자유와 평등을 갈구하는 서민들로 넘쳐난다. 특이한 이벤트도 없는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축제 기간 새벽 2시까지 불꽃놀이를 즐기고 새벽녘까지 거리를 배회하는 그들의 가슴속 어딘가에는 그들만의 염원이 있을지 모른다.  


마스카라는 `웃음의 도시( the city of smile)`를 의미한다. 라틴어로 `마스(mass)`는 `다수`을 뜻하고 `카라`는 웃음(smile)을 나타낸다. 종합하면 `웃는 많은 사람들`쯤 된다. 그래서 마스카라 축제에 등장하는 탈들은 얼굴 가득 웃음을 짓고 있다. 우리나라 경북 안동 하회탈 중 양반탈의 웃는 모습에 옛 잉카 문명의 태양신을 덧 붙여 놓은 정도라고 보면 된다. 


올해 39회 째 맞은 마스카라 축제는 그 사연이 탈춤 만큼 독특하다. 사탕수수 재배로 톡톡히 재미를 보던 바코로드 시는 1980년 큰 위기를 맞았다. 슈가 랜디아(sugar landia)라고 불릴 정도로 필리핀 사탕수수의 대표적 생산도시로 꼽혔던 이 지역은 그해 들면서 설탕 가격이 대폭 폭락하는 바람에 도시 전체가 극심한 경제정체에 휘말렸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해 4월 설탕을 싣고 가던 돈 주앙號가 침몰해 배에 함께 타고 있던 주민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때부터 바크로드는 `웃음을 잃은 도시`로 변했다.


바크로드 시 관광청 크리스틴 특별보좌관은 "이런 분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바크로드 예술협회가 시민들이 웃고 있는 탈을 쓰고 축제를 하자는 제안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동참하면서 마스카라 축제가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해 축제의 슬로건은 `단순히 위기일 뿐입니다. 웃으세요` 였다고 한다.


시민들 스스로 축제를 제안, 주도했기 때문인지 관청이 개입하는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안전과 질서를 위해 경찰병력을 배치하는 정도다.


올해 축제 첫날인 지난달 26일 밤 시내 넥손 25번가에서 바코로드 시 시민환영문( Welcome to the city of Bacolod)까지 이어지는 약 2㎞의 거리에는 시민 약 5만명이 몰려다니며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이날 시청광장에도 약 2~3만명이 운집해 인파를 즐겼지만 광장 어디에서도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를 볼 수 없었다. 치안불안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필리핀에 대한 선입견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바코로드 시 넥손가에서 한국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교포 조정민(44) 씨는 이를 두고 "물질에 구애받지 않는 필리핀인들의 자유분방함"이라고 표현했다. 필리핀 사람들이 그리 풍요롭진 않지만 삶 자체를 즐기고 그러면서도 나름의 질서를 지킨다는 것이다.


그는 또 마스카라 축제의 발전 가능성도 높이 평가했다. "울산이 자동차 도시로 유명하다면 바크로드는 사탕수수 재배 특수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며 " 필리핀 내 경제성장 속도가 3위"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마스카라 축제가 해외에 알려지자 국제선 취항을 위해 각 국이 물밑 경쟁을 벌이는 중" 이라고 귀띔했다.


마스카라 축제는 10월 19일 바코로드 시 도시헌장 선포기념일에 가까운 주말에 시행된다. 올해는 26일 밤부터 28일 밤까지 개최됐다. 이날 모든 시민들은 마스카라 탈을 쓴 춤꾼들과 더불어 바코로드 시내 2km를 춤추면서 행진한다. 탈을 쓴 춤꾼들과 모든 참여자, 주민들이 함께 신명나는 광란의 판을 펼친다. 그리고 퍼레이드가 정리되는 지점의 광장에 만들어진 대형 무대 공연장에서 모든 참석 팀들이 최종 공연을 펼친다.


이 최종공연은 경연대회로 치러지며 우승팀 발표가 축제 정점이다. 이번 최종 공연에 울산 중구 `마두희 축제` 추진 위원들이 초청돼 공식적으로 소개됐다. 마스카라 축제의 주역은 시민들이다
이들은 팀을 스스로 만들어 저마다 의상과 탈을 착용하고 축제를 즐긴다. 의상과 탈은 필리핀의 색채가 살아나고, 전통적 문양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음악은 주로 삼바리듬을 사용하는데 거리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곳곳에 약 50m 간격으로 대형 스피커를 설치하고 심장이 멎을 정도로 볼륨을 높인다. 또 같은 종류의 음악을 반복적으로 내 보내 축제를 뇌리에 인식시키는 효과도 노린다.


경연과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경연팀은 주로 시내의 젊은 학생들과 젊은 직장인들이다. 통상 춤꾼들의 팀원은 40여명 정도이며, 많은 경우 100명을 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복장을 준비하고, 탈을 만드는 데 경제적으로 상당한 지출을 부담한다. 시간투자도 많아 축제기간 몇 달 전부터 공연과 퍼레이드 연습에 몰입한다. 마스카라 춤은 발동작이 워낙 빨라 최소한 3년 동안 연습해야 공연단에 합류할 수 있다고 한다.


열대성 열기를 머금은 이들의 탈춤 행렬은 일본의 마쯔리 축제에 못하지 않다. 마쯔리에 인위적 요소가 상당부분 개입돼 있다면 마스카라 탈춤은 순수하고 자연스럽다. 그에 맞춰 춤꾼들도 열정적이고 순박하다. 이번 축제 기간 경연대회가 끝날 무렵 격렬한 율동을 이기지 못해 행사 후 쓰러지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 대부분은 탈 밖으로 드러난 입술에 웃음을 머금는다. 
축제 퍼레이드와 마스카라 경연대회에 우승한다고 해서 많은 상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 모든 축제 참여 팀들은 단지 즐겁게 시민들과 즐기는 것 그 자체에 만족하며 스스로 신명에 겨워 춤을 추고 거리를 누빌 뿐이다.


또 거리 퍼레이드가 끝났다고 해서 모두 탈을 벗고 귀가하는 것도 아니다. 춤꾼 대부분은 도시 곳곳을 다니며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함께 어울린다. 우리로선 거의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순수성이 마스카라 축제엔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정종식 기자

 

▲     © 편집부

 

바콜로드

인구: 56만명 면적: 162㎢ 
필리핀 西 네그로스 군의 행정 중심도시

 

필리핀에서 가장 중요한 설탕생산지역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필리핀 제당사업의 중심지로 불린다.


바콜로드는 파나이 섬의 일로일로와 연결되는 편리한 교통 집결지로 처음 이용된 1800년 이후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뒤이은 설탕농장들의 개발에 힘입어 네그로스 섬에서 가장 인구가 밀접한 도시지역이자 지방 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바콜로드 시의 거리는 필리핀 해안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직4각형 형태이다. 계절에 따른 인구증가와 꾸준한 자연적 인구증가로 현재 심각한 주택난을 겪고 있다.


주요공항과 지방병원, 사립인 네그로스 옥시덴탈 레콜레스토스 대학교(1941 설립)가 있고, 가장 가까운 제당공장이 내륙으로 2.4㎞ 들어간 곳에 있다. 도시 외곽에는 부유한 사탕수수 농장주들의 화려한 저택들이 들어서 있다.


성실하게 진실하게 담대하게
 
 
기사입력: 2018/11/08 [19:58]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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