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호 울산북부교회 목사

아파트 정원 중앙 통로의 가로수들이 단풍으로 물들었었다. 그런데 어느새 단풍들이 낙엽돼 통로 길을 수놓았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겨울을 재촉하는 듯 하다. 11월이 되자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소망하며 계획들을 세워야 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분주해 진다.

그런데 실행은 되지 않고 마음만 무거워지는 이유는 뭘까.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한해를 돌아보며 감사할 일들을 찾고 감사하며 사는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희랍신화에 제우스 신이 두 시종을 불러 각각 바구니 하나씩을 맡기면서 "지상에 내려가 인간세상을 두루 다녀보라"고 당부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 뒤 한 시종에게는 불평불만을 찾아 담아오게 하고, 한 다른 시종에게는 감사만 찾아 바구니에 담아오라 했다. 조금 있다 한 시종이 올라왔는데 그는 불평불만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 가지고 와 말하길 "지상에 내려가니 불평불만이 너무도 많아 금방 담아 가지고 왔다"고 했다.

그러나 감사를 찾아 나선 시종은 그때까지 바구니에 진정한 감사를 다 채우지 못하고 인간 세계를 헤매고 있었다. 세상 살면서 감사해야 할 일들이 수없이 많을 텐데 원망과 불평으로 세월을 가득 채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적지 않다. 옛날 이스라엘 사람들이 홍해를 기적같이 가르고 애급에서 구원을 받았을 때 흡족한 감사와 기쁨의 만세를 불렀다. 그러나 광야43년 세월동안 먹을 것이 없을 때, 물이 없어 목이 마를 때, 고기를 먹을 수 없을 때, 인생의 고난의 시기 때 마다 원망하며 불평했다.  그렇게 원망하고 불평한 결과 이스라엘 사람들은 가야할 목적지인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말았다.

그들이 경험한 어려움의 때는 세상 살면서 모든 사람들이 경험하며 살아가는 것들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배고프고 목마르며 먹고 싶은 고기를 먹지 못할 형편이 될 때 힘들어하며 산다. 그러나 좋았던 시절, 성공했던 경험들, 행복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어렵고 힘들지만 견디며 사는 것이다. 사람들이 힘들다고 누군가를 원망하고 불평하면 더 많은 원망꺼리, 불평꺼리들이 생기게 된다.

  더 좋은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의 고난에 감사하며 사는 모습을 보일 때 더 많은 감사의 조건들이 나타나 우리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선물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감사한 일들을 찾으라고 말하면 먼 곳에서 찾으려 한다. 또 큰 것들에서 찾으려 한다.  그래서 감사하며 살지 못하는 것이다. 플라톤의 `4대 감사`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교훈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첫째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감사한다고 했다. 개ㆍ소ㆍ당나귀로 태어나지 않고 인격과 이성을 갖춘 존재로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둘째 그리스에서 태어난 것을 감사했다. 그는 철학, 정치, 예술, 학문이 살아 숨 쉬는 문명국가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러워 했다. 셋째 소크라테스와 같은 훌륭한 스승을 만난 것을 감사했다. 소크라테스는 변변한 글 한 줄 남기지 않았으나 플라톤으로 인해 위대한 철학자로 부상했다. 넷째 남자로 태어난 것을 감사한다고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여성에게는 참정권이 주어지지 않을 정도로 봉건적이었다.  물들었던 나뭇잎마저 땅에 떨어지고 싸늘한 추위가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겨울 추위가 오기 전에 감사인생으로 살면서 원망과 불평을 마음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공동체에서 국가에서 몰아내고 온 세상이 따뜻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