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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마타(水保病)
 
이경숙 시인   기사입력  2018/11/13 [16:01]

저녁마다
남자의 손에는
참치회를 담은 비닐봉투가 들려졌다
임신한 아내가
보채듯 전화해서
남자의 주머니는 점점 얇아졌다

 

아기는 물고기처럼 등에 지느러미를 붙인 채
눈만 껌벅이며 울음을 터뜨렸다
바다야, 여긴 바다야
가시에 찔린 지느러미,
아이는 비명을 지른다
여자의 몸에도,
남자의 몸에도,
지느러미가 생겼고
밤은 시퍼런 등줄기를 세우며
한 밤까지 철썩거렸다

 

모질게 산다는 건
모래를 갈아먹고
쓴 해초를 찧어먹는 일이라서,
일가족은 바다를 살피려고


그 바다 속으로 깊이 걸어 들어갔다

 

이후
밤은
파도를  불러들이지 않았다

 


 

 

▲ 이경숙 시인    

시인은 시대가 처한 현상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어쩌면 시대보다 앞서가는 선각자가 될 수도 있고 아픔을 함께 나누고 치유하는 대중 곁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미나마타현 화학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로 인해 고양이가 발작을 하며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즐겨먹는 생선에 수은이 포함되었다는 사실, 그래서 생선을 일주일 내내 먹으면 수은중독에 걸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들은 이야기다.


수은중독에 걸리면 신경계통에 이상이 생긴다고 한다. 임산부가 즐겨 먹을 때 태아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수은중독에 걸릴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태아와 산모가 연결되어 있고 가족이 한 고리로 이웃과 사회가 인드라망에 서로 비추고 영향을 주고받는 우주의 한 공간에서 숨을 쉬고 살고 있다. 어쩌면 등에 혹처럼 지느러미가 달린 아기가 태어날 수도 있고, 가시에 찔려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아기가 태어날 수도 있다. 바다가 오염되어 더 이상 산호가 생산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된 바다는 섬이 되고 플랑크톤 대신 플라스틱을 먹고 자란 바닷물고기는 기형으로 태어난다. 언젠가는 이 지구는 생물이 숨을 쉴 수 없는 오염덩어리로 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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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1/13 [16:01]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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