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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풍
 
이경숙 시인   기사입력  2018/11/14 [16:28]

태풍 `쁘리빠룬`이 내 집을 찾았다
거칠게 몰고 오는 회오리바람이
마당을 뛰어 간다
구석에 쌓여있는 책들이 평상에 눕는다

 

햇살에 눈앞이 캄캄하다
잠자는 언어를, 기억을
꽹과리가 들볶는다

 

마당에선 한바탕
`깨갱 깨갱 깨깨갱`
누런 종이가 춤을 추며 돌아다니고
공자, 맹자도 춤을 춘다
생김새는 거조암의 오백 나한이다

 

등짝에 고였던 땀방울,
한바탕 몸 풀고 나니
살아온 날들이 해풍이다

 


 

▲ 이경숙 시인    

습기 찬 공기가 내 가슴을 짓눌렀다. 무더운 여름 언제 끝나갈지, 좀처럼 물러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 태풍이 온다고 했다. 기다려지는 소식, `언제 오려나` 대문 열고 맞이하러 나갔다.
시원하게 밀려오는 바람, 바람, 바람, 두 팔을 벌리고 맞이했다.
눅진하던 이불이 뽀송뽀송해지고 서고의 책들이 외출을 나왔다. 바람이 책장을 넘기자 글자들이 날아다닌다. 만해도 튀어 나오고 미당도 춤을 춘다. 공자와 맹자도 날아다닌다. 나는 신이 나서 꽹가리를 친다. 거조암의 익살스런 나한님들도 마당에서 춤을 춘다. 팔을 휘젓는 폼이 제멋대로다. 한바탕 놀아보세.
나는 온데간데없고 뒷마당에 빨래가 바람에 나부낀다. 와이셔츠, 브라우스, 스커트가 제멋대로 춤을 춘다. 얼씨구절씨구 조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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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1/14 [16:2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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