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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물
 
강이숙 수필가   기사입력  2018/11/18 [19:28]
▲ 강이숙 수필가   

아들의 취업 합격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초조하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불안하기만 했다. 아들은 올 상반기 재단법인 아름다운 가게 간사 공채에 응시를 했다. 대학 4년간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쌓은 경험으로 사회복지 분야의 일을 해 본다는 계획이었다.

 

서류심사를 거쳐 지역 선발 1,2차 과정을 다 통과하고 서울본부에서 최종 면접을 보고 내려오던 날 자신이 없다며 포기하는 듯 했지만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3년에 걸쳐서 네 번 낙방을 하고 다섯 번째 도전이니 이번에는 어떻게든 꼭 합격을 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점심시간 밥 한 술을 뜨려는 찰나에 전화벨이 울렸다. 황급히 전화기를 들었다. "또 안 됐어요." 잔뜩 가라앉은 매니저의 목소리였다.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아들한테 먼저 통보가 되기 전에 미리 나에게 알려주기로 한 약속을 지킨 그녀는 무슨 죄인인가? 누구보다 아들의 합격을 바라던 그녀였다. 지금까지 그녀의 인도로 무려 1300시간의 봉사활동을 할 동안 그녀는 아들의 성실성 하나를 보고 간사의 길로 적극 추천했다. 그런 격려에 힘입어 용기를 내서 지원을 했다.

 

주말이면 같이 나가서 매장 일을 하던 나도 덩달아 합격은 따놓은 당상인양 자신만만했다. 묵묵히 봉사 일을 하면서 자부심도 대단했는데 한 순간에 추락한 상황에 헤어나지 못했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아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참으면 참을수록 머리와 뱃속은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곧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엄마까지 흔들리면 가뜩이나 힘든 아들을 두 번 죽이는 꼴이 될 것 같았다.


당당하게 눈물을 거두고 아들과 마주했다. "이 길이 네 길이 아닌가 보다. 이쯤해서 접고 다른 길을 찾도록 해보자."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던 아들은 심경을 정리한 듯 제 방으로 들어갔다. 새로운 제2의 설계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한 달 뒤 둘째의 합격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전공을 살려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 공채에 3차까지 통과하고 마지막 4차 그룹 면접 관문만 남겨 두고 있었다. 역시나 착잡한 심정은 마찬가지였다.


짐짓 태연한 척 억눌렀지만 두근거리는 가슴은 좀체 진정이 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불합격이면 어떡하나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 첫째의 낙방에 받은 충격을 한방에 날려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절박한 심정으로 수도 없이 관세음보살을 불러댔다. 마침 할머니 제삿날이었는데 더욱 제사음식에 정성을 쏟았다. 꼭 할머니가 합격시켜 줄 것만 같았다. 오만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제사 준비는 거의 다 되었고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기다리던 소식은 오지 않았다.

 

언뜻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제사고 뭐고 넋을 놓아 버렸다. 후손도 제대로 돌봐주지 않는 조상의 제사를 지낼 의욕을 잃어 버렸다. 그러구러 시간이 흐른 후 침묵을 깨고 전화벨이 울렸다. 둘째였다. 떨리는 손으로 받았다. "엄마, 합격했어!" "뭐라고?"하는 동시에 울음이 터졌다. 놀란 아이가 "왜왜?"하며 당황해 했다. "아니야, 좋아서 그렇지 뭐" 그새 젖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이 참! 놀랐잖아" 안도하는 둘째의 목소리도 젖어 있었다.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간사한 게 사람이라더니 이제 제사준비가 신이 났다. 매일 제사를 지내도 다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불과 한 달 사이에 극과 극의 두 눈물은 역전의 드라마였다.

 

절망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었던 충격과 슬픔의 눈물을 감격에 겨운 벅찬 눈물이 희석해 주었다. 지금 아들은 다른 곳에 취업준비로 열공 중이다. 나락으로 떨어져 허우적대던 눈물의 의미를 안다면 못 이룰 것이 뭐가 있겠냐며 격려를 했다. 두 모자, 곧 흘리게 될 감격의 눈물을 미리 점찍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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