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대부분의 국산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으로 여겨졌다. 비싼 수입차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그만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산차 역시 소비자들로부터 더 많은 편의사양과 성능을 요구받고 있다.

수입차의 가격이 국산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가는 상황에서 국산차를 선택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눈은 그만큼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소비자들은 아무리 출퇴근용이라고 해도 `탈 것` 이상의 차를 원한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기술력이 나날이 발전하는 만큼 국산차를 향한 운전자들의 기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안정적인 주행을 위한 사양은 물론이고 운전의 재미까지 안겨줄 수 있는 고성능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물론 가격은 국산차다운 착한 가격대여야 한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내 완성차업계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고성능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늘날의 고성능차는 단순히 배기량이 많고 출력이 높은 차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강한 동력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차를 말한다.

동급 차종과 비슷한 배기량으로도 상위급 차량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현재 국산차들이 추구하고 있는 고성능차의 정의다.
현대자동차는 안정적인 주행과 운전 즐거움을 동시에 줄 수 있는 고성능차들을 출시했다. 대표적인 모델 중 하나가 바로 `벨로스터 N`이다.

벨로스터 N에는 2.0 터보 엔진이 탑재됐으며 최고출력 250마력의 성능을 발휘한다.
옵션으로 퍼포먼스 패키지를 넣을 경우 출력은 275마력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벨로스터는 2011년 해치백 형태로 출시된 후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2016년에는 635대, 지난해에는 206대가 팔렸다.

지난 2월 2세대 모델이 나오고 고성능 버전인 N모델이 출시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벨로스터는 3천388대가 팔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0%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그 중 운전자들은 벨로스터 기본모델보다 약 1천만원 더 비싼 고성능 모델 벨로스터 N을 더 많이 찾았다.

3천만원 초반대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고성능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과 안전사양을 모두 갖춘 고성능차 `K3 GT`를 출시했다.

1.6 터보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204마력을 뿜어내며 급가속을 할 때 토크량을 높여 가속력을 끌어올리는 `오버부스트`가 지원돼 한층 즐거운 드라이빙을 만끽할 수 있다.
K3 GT는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과 튜닝 스프링을 적용해 승차감과 선회 안정성을 확보하고 전륜 브레이크 사이즈를 증대시켜 동력성능에 적합한 제동력을 구현했다.

실내에서 들리는 주행음을 다이내믹하게 만들어주는 `전자식 사운드 제너레이터(ESG)`는 에코ㆍ스포츠ㆍ컴포트ㆍ스마트 등 4개의 모드에서 각기 다른 주행음을 들려주며 운전자의 주행본능을 자극한다.
K3 GT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600대의 계약 대수를 기록했다.

가격은 1천993~2천464만원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날렵한 디자인, 고속 주행성능 등을 갖춘 만큼 단순한 이동 수단의 영역을 넘어 운전의 재미까지 추구하는 고성능차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를 시작으로 국산차 시장에도 고성능 열풍이 불고 있다. `가격이 비싸야 제 값을 한다`, `강력한 동력 성능만으로 질주 본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고성능차를 향한 일방적인 시각은 낡은 고정관념이 됐다.
이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도 도심 주행에서 운전의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국산 고성능차들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서울 김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