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을 전격 교체합니다. 그룹 각 사의 실질적인 2인자 역할을 해 왔고 구체제에서 핵심기능을 수행해 왔던 관리본부장 전원을 현업에서 손을 떼게 하고 장기 교육과정(6개월 내지 3개월)에 편입시킵니다. 몇 차례 지시했음에도 품질 하자가 시정되지 않는 구미공장 창고에 있는 무선전화기 전부를 전 공장 직원이 보는 앞에서 공장 운동장에서 불 질러 버립니다.
`7ㆍ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를 시행합니다. 이런 조치로 신 경영, 삼성 개혁운동은 탄력을 받으며 본궤도에 오르게 됩니다. 신 경영의 구체적 실천사례와 성과를 살펴보겠습니다. `1사 1품` 운동은 각 사가 세계 일류제품을 최소한 1개 이상 만들자는 것입니다.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 디스플레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2차 전지, 해상 석유시추플랜트, 초고층건물 시공기술 등 현재 삼성이 먹고 살아가는 대부분이 이때 이 운동을 계기로 만들어졌습니다. 글로벌 인재 채용시스템을 구축합니다. 매년 미국 하버드와 스탠퍼드 등 세계 일류대학 출신들을 계획적으로 채용하여 그룹 각 사의 주요 현안이나 프로젝트에 참여시켜 의견을 제시케 하는 등 활용합니다.지역 전문가 제도(글로벌 전문인력 양성제도)를 도입합니다.
해외 지역 전문가 양성을 위하여 1, 2년 해당지역에서 생활하면서 그 지역의 문화와 관습 등을 현지에서 직접 체험 습득케 합니다. 협력업체와의 공생도 있습니다. 질 경영 실현에 중요한 것은 협력업체와의 관계입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나 TV 등이 일류가 되려면 그 부품을 만드는 협력업체가 일류부품을 만들어 납품해 줘야 하는 것입니다. 또 일류 아파트를 만들려면 실제 현장에서 작업하는 시공 협력업체의 시공기술과 공정관리 등이 일류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호텔 요리, 예컨대 생선회 맛이 일류가 되려면 그 호텔 조리사의 조리솜씨도 중요하지만 생선을 납품하는 거래처가 싱싱하고 제일 좋은 생선을 그 호텔에 우선적으로 납품해 줘야 합니다.
이와 같이 협력업체는 법인격은 다르나 실질적으로는 본사의 제품, 서비스의 품질과 경쟁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일류제품을 만들자는 질 위주 경영실천을 위하여는 일류 협력업체가 필수조건입니다. 그래서 협력업체를 본사와 같은 가족으로 보고 그 만족도를 최대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고객만족도지수(CSI)와 같은 중요도를 두고 협력업체만족도(FSI)를 회사 평가의 주요항목으로 하여 실천하였습니다.
삼성 신 경영의 성과는 주지하시다시피 괄목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세계 삼류회사가 일류대열에 끼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현대, LG 그룹과 큰 갭이 없었습니다만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재미있는 얘기가 있습니다. 저의 대학동창생이 공공기관의 유럽 본부장이 되어 파리에서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그 아들이 "삼성이 일본회사냐 한국회사냐"고 물어서 그걸 왜 묻느냐고 했더니 "오늘 학교에서 친구들과 내기를 했는데 다른 애들은 다 일본회사라 했고 나 혼자만 한국회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일반 외국인들은 한국, 코리아는 몰라도 삼성은 안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게 바로 신 경영의 성과입니다.기업의 평균수명이 30년이라는 사람도 있고 50년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몇 년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왜 그런 병에 걸리느냐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삼성 신 경영 사례에서 우리는 자족감, 자만심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현실안주`, `무사안일`이라는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극히 예외적인 경우(개혁, 혁신이라는 극약처방의 성공)를 제외하고 기업은 사망한다는 것을 봤습니다. 이는 비단 기업에 국한된 얘기가 아닙니다. 모든 기업, 국가, 자치단체 등 조직에 다 적용되는 처방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제는 어떨까요. 다음 편에서 진단하여 보겠습니다.